미국 방송 CNN은 여론조사기관인 ORC와 공동으로 26일(현지 시각) TV토론을 시청한 미국인을 대상으로 어느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2%가 클린턴 후보를 지목했으며, 트럼프 후보가 더 잘했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세부 항목에서도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압도했다. 주요 현안 이해도에서 클린턴 후보는 68%의 지지를 받았지만 트럼프 후보는 27%를 얻는 데 그쳤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누가 더 적합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도 클린턴 후보가 67%, 트럼프 후보가 32%로 집계됐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관계자 및 당원들 350여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폴리티코의 패널들은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해치웠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들의) 80% 정도가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보다 토론을 잘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특히 민주당의 99%, 공화당의 57%가 클린턴이 잘했다고 응답했고 민주당의 1%와 공화당의 43%만이 트럼프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오와 주의 한 민주당원은 "게임이 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플로리다 주의 한 민주당원은 "트럼프가 녹아 내렸다(melt down)"면서 "부동층 유권자들이 그(트럼프 후보)에게 가지고 있던 우려스러운 부분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몇몇 민주당원들은 이번 토론이 박빙을 보이고 있는 양측 지지율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공화당원들은 이번 토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공화당원은 "애초에 기대가 낮았지만, 그는 기대를 웃돌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버지니아 주의 한 공화당원은 트럼프 후보가 백인-화이트 칼라 계층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에게는) 대학 졸업 학력을 가지고 있는 백인들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이번 토론으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햄프셔 주의 한 공화당원은 "토론이 결정적인 승부처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확실히 (트럼프 후보가) 기회를 놓친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주의 또 다른 공화당원은 "솔직히 말하면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테스트에 실패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몇몇 공화당원들은 이번 토론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주의 한 공화당원은 "아직 두 번의 토론이 남았다"면서 "트럼프는 토론에 적응 할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남은 두 번의 토론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회 전문지인 <더힐> 역시 클린턴 후보가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민주당 4명, 공화당 4명, 무당파 2명 등 총 10명의 전문가 의견을 취합한 결과 클린턴 후보가 이겼다고 답한 전문가가 7명,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답한 전문가가 2명, 비겼다는 답이 1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 브래드 배넌은 "영부인이었던 클린턴 후보는 숙련된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 후보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는 얼굴을 찌푸렸고 클린턴 후보가 이야기할 때 뭔가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의 공격에 클린턴 후보는 본인이 침착하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며 "이는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있다는 자질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리부틸리어 전 공화당 하원 의원 역시 클린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클린턴은 오래된 명제를 하나 입증했다. 미리 준비하면 좋지 않은 성과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클린턴 후보는 꼼꼼하게 토론을 준비했다"고 평가했다.
리부틸리어 의원은 "클린턴 후보는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침착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정신이 없고 초조하고 산만해 보였다"면서 "토론이 끝난 뒤 트럼프는 그가 졌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반면 클린턴은 생기가 넘치는 얼굴로 빌 클린턴과 첼시 클린턴을 마주했다. 클린턴의 대성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은 작가 버니 퀴글리는 트럼프 후보가 토론에서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론 시작 이후 15분 동안 클린턴 후보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방어하면서 '내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0년대에 훌륭한 일을 했고, 우리는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것은 클린턴 후보가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후보자 같다는 인상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감세를 비롯, 중국과 멕시코가 미국의 직업을 빼앗았고 다시 미국으로 이들 일자리를 가져오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클린턴 후보와는 달리 혁명적이고 생기있는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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