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연거푸 발생한 규모 5.1∼5.8 지진에 이어 1주일만에 경주에서 규모 4.5 여진이 발생하자 전국이 또다시 '지진 공포'에 빠져들었다.
19일 오후 8시 33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에서 규모 4.5 지진이 나자 경주시민은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12일 지진 진앙인 경주 내남면 부지리 주민은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라 마을회관으로 속속 대피했다.
최두찬(55) 부지 1리 이장은 "주민들이 차만 지나가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큰 데 또다시 큰 여진이 나 완전히 사색이 돼 있다"며 "일단 마을회관에 모여 있는데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 2리에 사는 45가구 주민 60여명도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라 대부분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와 포항 한동대 기숙사 학생들도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경주시는 여진 발생 직후 최양식 시장 주재로 간부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12일 지진보다는 다소 약해 피해 신고가 많이 들어오진 않고 있다"며 "직원들을 비상 소집해 여진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설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뿐만 아니라 지진 여파는 대구와 안동, 포항, 상주 등 대구·경북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경부선 대구 이남 일부 구간에서는 상·하행 열차들이 서행하는 등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진 매뉴얼에 따라 동대구∼부산, 가천∼영천, 영천∼경주∼부전 구간에서 16개 열차가 시속 30㎞로 서행했다.
이에 따라 이 열차들은 운행이 30분가량 지연됐다.
동대구∼울산 구간에서 4개 KTX 열차가 시속 90㎞로 서행해 20분가량 지연됐다.
서행하던 열차들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전 구간 정상속도를 회복했다.
경주에서 150㎞ 이상 떨어진 안동 주민 정모(68·여)씨는 "TV를 보다가 갑자기 집이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산에 사는 한 시민은 "기차가 멀리서 돌진해 지나가는 느낌이었다"며 "여진이라고 하지만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지진이 발생하자 야간 자율학습 중이던 고등학교 학생들을 전원 귀가 조처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도시철도 1, 2, 3호선 열차를 일시 서행하도록 했다.
공사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재난 매뉴얼에 따라 지하철 운행을 수동으로 전환해 시속 45㎞ 이하로 서행 운행한 뒤 다시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시민 김모(35·대구 북구)씨는 "잇따른 여진에 혹시 더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행정당국 등이 실시간으로 대처 상황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부산·울산을 비롯해 인천, 광주, 전남, 강원, 충북 등에서도 진동이 감지돼 주민 등이 큰 혼란에 빠졌다.
건물을 흔드는 정도의 지진이 감지되자 일부 아파트 주민은 인근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로 긴급하게 대피했다.
울산소방본부에는 지진 발생 후 30여분 동안 1천220여 건의 신고 전화가 폭주했다.
신고 대부분은 "지진이 맞느냐", "대피해야 하느냐" 등 문의 전화였고 벽이 파손됐다는 내용도 2건 들어왔다.
울산시교육청도 지진 감지 후 모든 학교에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안전 귀가 조처하도록 통보했다.
현대차 울산공장도 점검을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중지했다.
울산시재난상황실은 "현재까지 석유화학공단, 원전 등에서 피해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고층건물이 휘청하는 등 상당한 지진동을 느낀 부산시민도 불안감이 한층 가중된 듯했다.
고층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급히 집 밖으로 나갔고, 일부는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있는 아파트 35층 사는 이모(75·여)씨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린 초등학생 손녀를 데리고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마린시티에서는 집 밖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건물 주변에 몰려 여진이 또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주민은 "침대에 누워 있는데 10초가량 크게 흔들렸다"면서 "딸이 말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에는 오후 9시 기준 1천987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고, 부산경찰청 112에도 전화 269건이 쇄도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진이 발생한 직후 일선 학교에 "일단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고, 안정화되면 귀가 조처하라"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진동이 감지되자 도시철도 1∼4호선 전동차를 2분가량 시속 40㎞ 이하로 서행하면서 상황을 체크한 뒤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정상운행으로 전환했다.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부산-김해 경전철도 지진 발생 직후 차량을 가까운 승강장에 멈춘 뒤 직원들을 태워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서행 운전을 했다.
부산 남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는 강풍과 쌀쌀한 날씨에도 점퍼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주민 수십 명이 몰려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충북 청주에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일부 장비가 잠시 가동을 멈췄다가 복구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청주공장 극소수 장비가 몇 분간 정지했으나 곧바로 복구해 현재는 모든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교통공사는 인천지하철 1·2호선 열차를 정상 운행하고 있으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긴급 점검할 계획이다.
전남에서는 동부권인 여수, 광양, 순천을 중심으로 지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150여건 접수됐다.
광주에서도 약한 진동이 느껴졌다며 지진인지를 묻는 신고가 40여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 웅천동에 사는 김모(52)씨는 "아파트 12층에 사는데 저번처럼 식탁 위의 물건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건물이 약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고 어지러웠다"며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일단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 퇴계동에 사는 손모(42) 씨는 "사무실 책상이 3초간 흔들릴 정도로 다소 약하고 짧은 진동을 느꼈다"며 "산이 많은 지형 특성상 혹시 강원도에서도 지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국민안전처는 오후 9시 30분 기준으로 전국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등 119신고는 모두 1만1천381건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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