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21만 명을 넘어선 반면, 귀화 등 새로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14만 명 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헬조선', 'n포 세대' 등 대한민국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9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한 사람은 총 21만2569명이었다.
특히 2007년 2만3528명이던 국적 포기자 수는 2009~11년 3년간 2만2000명 선을 유지해 오다 2012~15년에는 1만8000~2만 명 선으로 줄어들었으나, 올해에 급격히 늘어나 7월 현재 2만536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이 새로 국적을 취득한 나라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순으로 많았다.
반면 외국인이 귀화해 오거나 상실했던 국적을 회복하는 등 새로 국적을 취득한 숫자는 10년간 14만6153명이었다. 금 의원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국적 취득자에 비해 국적 포기자가 많았으며, 특히 올해에는 국적 포기자가 국적 취득자에 비해 4.8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각종 사건사고, '헬조선', 'n포 세대' 등 대한민국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이 우리 사회를 떠나 선진국으로 이민 가고 있다"며 "국민이 사회에 대한 희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각 연령층에 맞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헬조선'이란 한국이 '지옥(헬·hell)'만큼이나 살기 힘들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n포 세대' 역시 이와 비슷한 뜻이다. 원래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는 신조어에서 유래했으나, 이 '포기 대상'의 목록에 취업, 재산, 가족관계 등이 추가되면서 '도대체 몇 가지나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자조가 섞여 구체적인 숫자 대신 미지수 'n'이 쓰이게 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헬조선' 담론에 대해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면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병역 회피하려 국적 포기? 병역의무 대상자 비율은…
다만 금 의원은 "병역 회피 수단으로 국적을 변경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비자 발급 제한, 조세 부담 강화 등의 제제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의원(국민의당)도 같은날 보도 자료를 내어 "최근 5년 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병역의무 대상자가 1만7229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4220명의 병역 의무 대상자가 한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국적 이탈했다. 병역 의무 대상자의 국적 포기는 작년에는 2706명, 2014년 4386명, 2013년 3075명, 2012년 2842명 등이었다.
하지만 금 의원이 밝힌 전체 국적 포기자 수가 올해 1~7월 2만5362명인 점에 비춰 보면, 전체 국적 포기자 가운데 병역 의무 대상자는 16.6% 정도에 그친다. 80% 이상은 '병역 회피' 외의 다른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버렸다는 뜻이 된다. 전체 국적 포기자 중 병역 의무 대상자 비율은 작년 15.4%를 비롯, 2014년 22.5%, 2013년 15.3%, 2012년 15.4% 등이었다.
한편 김 의원은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이들 가운데 고위공직자 27명의 자녀 31명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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