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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공동펀드',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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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공동펀드', 순항할까?

금융위기 공동대처 공감대…내년 상반기 완료가 목표

한국, 일본,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10개국 정상들은 24일 800억 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을 내년 상반기까지 조성키로 합의하고 역내 경제 감시 강화를 위한 별도 기구의 설립도 적극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정상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SEAN+3' 비공식 조찬회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각국은 지난 5월 800억 달러 규모의 CMI 공동기금을 조성하되 한중일 3국이 80%, 아세안 국가들이 20%를 분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한중일 3국의 기금출연 비율을 놓고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을, 중국은 외환보유고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실현이 미뤄져 왔다. IMF를 통해 구축된 세계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의 반대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숙소인 리젠트호텔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 전 아소 다로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찬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또 다양한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양자 간 통화 스왑을 확대하며, 아시아 자본 채권시장(ABMI)을 육성해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거나 보호무역주의로의 후퇴가 있어선 안된다"면서 동아시아내 자유무역 촉진과 역내 국가 간 정책조율 및 정보공유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CMI 공동기금이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한일 간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남은 쟁점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합의한 공동기금에 합의함에 따라 이 기금의 조성방식과 역할이 남은 관건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공감대는 선진국의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 국제 금융위기의 파장이 아시아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내 공동대응을 함으로써 피해에 대한 안전망을 만들자는 취지다. 11년 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논의됐던 아시아통화기금(AMF)과 취지가 유사하다.

그러나 기금 조성방법 등에 여전히 이견이 있어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 기금 조성이 순조롭게 완료될지는 불투명하다. 한중일 3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의 부담 비율은 80 대 20으로 합의했지만, 80%에 해당하는 640억 달러 이상을 한중일 3국이 분담하는 방식에서 적지 않은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외환보유액 기준 분담 방식에 따르면 640억 달러 가운데 중국이 59%, 일본 33%, 한국 8.0%를 각각 부담하면 된다. 액수로는 중국이 380억 달러, 일본은 210억 달러, 한국은 51억 달러 수준이다.
▲ 제7차 아셈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아세안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아세안+3' 조찬 회동을 갖고 금융위기에 대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공동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주장하는 GDP 기준으로 분담할 경우 일본이 51.0%, 중국 37.8%, 한국 11.2%가 된다. 지난해 GDP는 일본이 4조3838억 달러, 중국이 3조2508억 달러, 한국이 9591억 달러다.

우리나라는 3국이 각각 3분의 1씩 출자하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출연 비율이 앞선 두가지 방식에 비해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동북아 3국이 자국의 분담비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하는 데에는 역내 금융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신경전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금 조성에 각별한 관심을 표한 것도 출연 비율을 높이고 사무국 등을 유치할 경우 경제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견제 속에 한국 주도성이 확보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결국 최대 쟁점인 한중일 3국 사이의 기금 출연 비율이 타결되면 예정된 일정에 따른 출범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1∼2년 내에 출범이 어렵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미국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난제다. 기금은 사실상 아시아에서 IMF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인데,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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