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우 수석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건의를 받고서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니 그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회동에 참석한 청와대 및 여야 관계자들이 전했다.
회동에서 야당 대표들은 우 수석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 면전에서 강한 비판조의 발언을 쏟아냈다. 추미애 대표는 "우 수석의 의혹이 하나도 해소가 안 된 채 지금도 중차대한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측근이 아니라 국민을 감싸안아야 할 때 아닌가.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을 요구한다"고 했고,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우 수석 해임으로 '정치 정상화'의 신호탄을 올려야 한다"며 "우 수석은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뜻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세월호특별법의 취지와 재정 상황, 사회적 부담 정도를 고려해서 국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정운호 게이트'나 최근의 부장검사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사법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건의에는 "(검찰이) 자체 개혁을 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살펴보겠다"고 박 대통령은 답했다.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자구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정부가 합동 TF를 통해 조기에 문제를 진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식을 보였다고 손 대변인은 전했다.
법인세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세계적인 추세가 인하"라며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법인세가 (현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해 있고 민생, 민주주의, 남북, 외교의 위기가 있다"며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많이 얘기했지만 국민의 삶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권력층의 각종 부정부패와 인사 부실,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 △가계 부채 문제,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위기,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 부족 문제 등을 지적했고,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50년 사이 최고의 재앙"이라고 언급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회동에서 추 대표가 특히 강조한 것은 "세월호, 백남기, 가습기살균제, 일본군 위안부, 공영방송 지배 구조" 등의 5가지였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체불 임금 문제 해결, △쌀값 하락 대책, △어패류 집단 폐사 대책, △콜레라 등 전염병 관리,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청년·노인 일자리 문제, △누리과정 예산 해결 등 15가지를 건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리 자료를 작성해 가서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추미애 "대통령 현실인식 굉장히 문제"…박지원 "나름대로 성과"
회동을 마친 두 야당 대표의 평가가 엇갈린 것도 눈길을 끌었다.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많은 관료들에게 둘러싸여서 대통령의 민생에 대한 위기감 또는 절박함, 여기에 대한 현실 인식이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그래서 '더 자주 만나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 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초당적 규탄에 대해서는 큰 성과"라며 "(북핵) 해법에 대해 서로 이견이 있고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지만, 이렇게 대통령의 의견을 직접 듣고 우리도 대통령께 직접 우리 견해를 말씀드렸기 때문에 대단히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5월(3당 원내대표 회동 때)에는 제가 여러 가지 강하게 얘기를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오늘은 좀 경직된 분위기였다"고 회담장의 공기를 전했다. 박 위원장은 추 대표에 대해 "오늘 야당 대표답게 잘 해서, 야당 공조가 잘 됐다는 기쁨을 만끽했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