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의 5차 핵 실험에 대해 '징후'는 포착했지만, 9월 9일 9시에 일어나리라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 핵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기술이 "빠르게 진척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보위원회를 열어 이병호 국정원장으로부터 북핵 실험에 대한 긴급 보고를 받고 이렇게 전했다.
국정원은 9월 9일이 북한의 '인민 정권 창건일(9.9절)'인 만큼, 북한이 무언가 일을 벌일 수도 있지만 '핵 실험을 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핵 실험이 일어날 가능성도 시나리오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북한이 핵의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빠르게 진척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병호 국정원장은 "북한이 핵 실험을 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서, 국방부가 파악하는 것보다 무기 개발 속도가 빠르게 진척되는 것 아닌가 우려한다"고 밝혔다고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핵을 소형화하려는 최종 목적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 북한이 핵을 미사일에 탑재해서 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탑재한다고 하더라도 무기화와 전혀 별개이기 때문에 1,2년 내에 (기술 개발이) 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또한 국정원은 이번 핵 실험이 수소탄 실험은 아니라고 파악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데는 대외적, 대내적, 대남적인 의도 세 가지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 사회가 비핵화 압박을 강하게 한 데 대한 반발 시위로서의 의도, 핵 능력을 과시한다는 의도"다.
대내적으로는 "북한이 정권 수립일(9.9절)을 맞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제재에 굴하지 않는 강한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또 "연이은 상납금 수탈로 인한 주민 피로도 누적, 엘리트의 탈북 등으로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 효과도 노렸다"고 국정원 측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남적인 의도로는 "한국의 안보 불안감을 조성해서 남북 대화를 압박하는 의도가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를 하려는 외교 활동을 벌이는 데 북한이 상당히 반발했다"고 이완영 의원은 설명했다.
이번 핵 실험은 한국 시간으로는 9시 30분에 일어났지만, 북한 시간으로는 9시에 일어났다. 북한이 9월 9일 9시라는 시간에 맞춰 일종의 '이벤트를 한 것'이라고 김병기 의원은 덧붙였다.
실험 규모는 10킬로톤(kt)으로, 지난 4차 핵 실험 규모였던 6킬로톤보다 두 배 강력하고, 일본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 폭탄(12.5킬로톤)의 규모와 근접하다.
한편, 국방부도 이날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 긴급 현안 보고를 했다.
새누리당 긴급 안보 대책 회의에 참석한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추가 핵 실험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2~3개 갱도를 더 갖고 있어서 언제든지 추가 핵 실험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2~3개월 전부터 핵 실험 준비가 완료된 조짐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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