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 일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던 중, 국민의당이 "마냥 연기만을 고집할 수 없다"며 원래 일정대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과 함께 새누리당을 압박해온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다.
앞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증인 추가 채택 및 자료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당초 8~9일 이틀간으로 예정된 청문회 일정의 연기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일 야3당 원내대표 간의 합의 사항이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라며 반대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서별관 청문회의 일정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새누리당이 계속 거부를 했다"며 "(새누리당 소속) 조경태 기재위원장도 강행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청문회 무력화, 준비 기간 부족, 부실 청문회 우려가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마냥 연기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보고 8~9일 정상대로 청문회에 임하도록 결정했다"고 대여(對與) 전선에서 이탈할 뜻을 밝혔다.
김 수석부대표는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촉박한 일정으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나, 최선을 다해 국민 의혹을 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지난번 새누리당 추천 원안위원 임명안이 부결되고,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공조 등으로 새누리당이 굉장히 감정이 안 좋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너무 쉽게 합의해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수석부대표는 "최대한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시간이 지나서 안 된다"며 "만약 부르게 되면 정무위 국정감사 때…(부르면 된다)"고 그는 답했다.
불쾌한 더민주 "정국 리드하고 싶어 오버한 것 아니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김 수석부대표가 "더민주도 청문회를 8~9일 정상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부분이 기름을 부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확인했다. 수석 간 그런 논의는 없었다"면서 "우리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연기가 불발되면) 청문회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나중에 결정하는 것이지 지금 단계에서 말할 일이 아니다"라며 유감을 드러냈다.
기 원내대변인은 오후 논평에서 "더민주는 청문회와 관련해 증인 소환, 자료 제출,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한 증인 추가 소환 등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이와 같은 내용으로 새누리당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의 의견 소통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거기 대해 뭐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한 원내 관계자는 김관영 수석부대표의 발표에 대해 "(정국을) 리드하고 싶은 본인들의 의중이 담긴 게 아닌가"라며 "합의 수준까지 이르지 않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야기를 공개한 것은 '오버'한 게 아닌가"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수석부대표가 '더민주도 8~9일 청문회 진행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데 대해 "(여당이) 협의를 안 해주면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있었을 따름이지, 마치 결정된 것처럼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소속 한 더민주 초선 의원은 "국민의당이 앞장서서 이런 '맹탕 청문회'를 하자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어떻게든 같이 여당을 압박해야지, 어제 야3당 원내대표 합의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이럴 거면 야3당 회의는 뭐하러 하나"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8~9일에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핵심 증인은 다 빠지고 자료는 없는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런 청문회는 할 필요가 없다. 오늘 오후 더민주 소속 정무위원들끼리 회의를 했을 때도 비슷한 의견들이었다"고 했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기존의 '여당 대 야당' 전선을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하순 추가경정(추경) 예산 합의 때,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에서 최경환·안종범 등 핵심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추경 처리와 연계하지 않기로 한 것도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발휘한 협상 결과였다.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했다는 호평도 받았지만, 야권 공조에 균열을 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특히 당시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 "추경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국민의당의 성과" 등의 말이 나오자, 더민주는 8월 26일자 기동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야권공조를 허무는 것이 '호남 민심'인가. 되도 않는 '조정자 컴플렉스'는 그만 벗으라"며 "야권의 우당(友黨)으로 남아 공조를 유지할 것인지, 회색지대에 남아서 새누리당의 편을 들 것인지 선택하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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