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12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손해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피해 생존자의 소송을 후원하고 있는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 기억 재단'은 30일 현재 생존해있는 위안부 피해자 40명 중 12명이 이날 오후 1시 법원에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각 1억 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강일출, 길원옥, 김군자, 김복동, 김복득, 박옥선, 안점순, 이순덕, 이옥선1, 이옥선2, 이용수, 하수임(가나다 순) 등이다.
재단은 "2015년 12월 28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 나아가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 해결 노력'까지 합의해줬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이는 한국 정부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확인된 위헌 상태를 제거하기는커녕 자국의 피해자들에게 추가적인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입힌 것"이라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2006년 6월 5일 위안부 피해자 109명은 한국 정부에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정한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5년 뒤인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일본국에 의해 자행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자국민들이 배상 청구권을 실현하도록 협력하고 보호하여야 할 헌법적 요청"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손해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에서 정한 분쟁 해결 절차로 나아가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재단은 "피해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한국 정부가 중재 절차를 포함하여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지난해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위안부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성 노예 피해를 강요한 일본 정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 왔고 앞으로도 물을 것"이라며 "동시에 자국민 피해에 대한 구제를 포기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의 10억 엔 거출 이후 본격적인 피해 지원 사업을 진행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생존 피해자 40명 중에 3분의 1에 가까운 12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소송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 나눔의 집 등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가 마련한 시설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김복득, 이용수, 안점순 할머니도 참여하고 있다. 그간 단체 거주 피해자를 사실상 배제한 채 개별 거주 피해자를 중심으로 접촉하면서 이들 중 다수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이 궁색해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8일 '화해 치유 재단'을 공식 발족한 이후 지난 25일 일본이 거출금을 내기로 결정했다며, 생존‧사망 피해자에 대해 각각 1억원‧2000만 원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시 지급이 아닌, 재단에서 생존자들의 수요를 파악한 뒤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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