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30개 기관에 대한 민영화, 통폐합, 경영효율화 계획을 담은 제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합하는 방안이 유보되는 등 당초 안보다는 일부 후퇴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대내외적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장기화가 점쳐지는 가운데, 논란의 소지가 큰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꼭 지금 시점에 발표해야 했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발표된 것이지만, 주가 폭락, 환율 폭등 등 현재의 '비상사태'에 대한 대처방안 모색에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논란거리를 부추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앞에 신보-기보 통합 연기
이날 발표된 '선진화 방안'에서는 우선 신보와 기보의 통합이 연말까지 일단 유보된 대목이 주목을 끌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키코 사태' 등으로 중소기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통합 반대론'이 힘을 얻은 것.
정부는 일단 통합안을 냈지만 추후 당정협의 과정에서 유보하는 방안으로 최종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배국환 2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금융위기로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고, 중소기업 자금사정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당장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협의돼 결정을 '딜레이(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영화는 없다"고 선언했던 전기, 가스, 수도, 건강보험 등 4대부분과 관련해선 즉각적인 민영화 대신 '경영효율화'나 '경쟁체제 도입', '자회사 지분매각' 등의 조치가 단행된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에는 다른 업체의 시장진출을 보장하는 경쟁체제로 바뀌게 됐다. 한국전력과 5개 화력발전 자회사의 경우 유지보수 분야의 민간위탁 확대와 업무이관, 내부 경쟁 강화, 조직 및 인력슬림화 등의 방식으로 경영효율화를 추진키로 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의 경우에는 오는 2012년까지 지분을 총 40%까지 매각키로 했다.
가스공사도 천연가스 도입·도매 부분에 2010년부터 신규 민간사업자를 허용해 발전용 물량에서 먼저 경쟁체제를 수립하는 한편 이후 산업용 분야로 경쟁을 확대하도록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공공지분 51%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인 안산도시개발과 인천종합에너지도 난방공사 지분을 매각해 완전히 민영화하기로 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사실상 확정
특히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경우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해 주목된다. 당초 2009년 말까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완료키로 한 스케쥴에서 일부 후퇴해 내년 말까지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이날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사실상 확정지음에 따라 방송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코바코를 거쳐 배분되던 방송광고 시장에 본격적인 '시장경쟁' 체제가 도입됨으로써 공익성이 우선돼야 할 방송환경에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및 종교방송이나 신문 등 군소 미디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현재 흑자상태인 29개 지역-종교-라디오 방송사 대부분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민영화로 공공요금은 오히려 내려간다"?
철도공사는 2010년까지 적자를 50% 수준으로 줄이고 2012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외부위탁이나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되 2010년까지 경영개선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영화 추진을 검토키로 했다.
철도자회사의 경우에는 '기능별 통합'을 목표로 정비보수분야인 코레일엔지니어링과 코레일트랙, 코레일전기를 하나로, 또 역무·회원관리 분야인 코레일개발과 코레일네트워크를 각각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또 대한주택보증은 2010년부터 주택분양보증 분야의 독점을 폐지하는 한편 정부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다.
이날까지 발표된 정부의 1~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민영화되는 공공기관은 지분일부 매각을 포함해 38개, 경쟁도입은 2개, 통합은 38개, 폐지 5개, 기능조정 20개, 경영효율화는 8개였다. 결국 전체 305개 공공기관 중 45개 기관이 줄어들게 되는 셈.
한편 배국환 차관은 "공기업 민영화와 경영효율화를 통해 공공요금이 오히려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차관은 "공공부문에 있으면 아무래도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나 새로운 경영기법 실천 등이 굉장히 미약하다"며 "강력한 비용절감 또는 경영기법들을 도입한다면 요금인상 없이도 공기업들이 훨씬 좋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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