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하고 돌아온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국경에서 본 북-중 경제교류와 북한 경제 실상'이라는 제목의 정책 브리핑을 발간했다.
이 전 장관은 이 보고서에서 "2016년 상반기 북중 교역은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광산물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추세가 멈추고 짧은 감소기(4~5월) 이후 반등 추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해관(세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북중 교역 총액은 25억 58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교역 총액인 24억 8800만 달러에 비해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은 "이를 반영하듯 단둥에서는 압록강 철교를 통한 교역이 매우 활발해졌다"며 "특히 현지 무역 관계자들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중 간 교역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고 밀수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중국 간에 국경 지역 무역이 허용되는 이른바 '호시 무역'도 본격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장관은 "랴오닝(辽宁) 성 단둥(丹东) 시에서 7월부터 호시무역구가 가동되고 있으며, 호시무역구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9월 말 경에 정식 가동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지 중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상대편인 북한 신의주 호시무역구는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 인력의 중국 진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올해 8월 현재 단둥시에 상주하고 있는 북한 인력은 3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며 IT 기술과 관련한 인력의 상당수가 이곳에 진출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투먼시와 조선투자합영위원회는 북한 노동력 2만 명에 대한 고용 계약을 맺고 조선 공업원을 건설했는데 8월 현재 약 4000명의 북한 인력이 이곳에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현재 중국 내 북한 인력은 최소 7~8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조만간 10만 명을 상회할 예상"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해외 진출을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보기 때문에 수년 안에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제협력을 위한 기반 시설 건설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신(新)두만강대교가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 지안(集安)과 북한 만포 간 인도교와 세관이 건설 중이다. 북한 나선시에 전력을 제공하기 위한 훈춘(珲春)-나선 간 송전탑 공사도 진행되고 있으며 압록강 중류에서는 수력 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2015년에 깜깜하던 북한…올해는?
북중 간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북한의 전력 사정 역시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국경도시 관찰 결과 "신의주와 혜산시의 전력 사정이 지난해 10월보다도 나아진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신의주의 경우 야간에 자동차가 빈번하게 왕래하고 있었고, 혜산시의 경우 밤 늦은 시간까지 거의 전 가구에서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8월 나선시에 방문한 한 사업가의 말을 빌려 "나선시의 전력 사정이 상당히 호전됐다. 가구당 전기를 시간당 2킬로와트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전력 사정 호전으로 2015년 당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던 태양광 기기 관련 제품 판매가 올해는 부진했다"고 전했다.
국경 도시의 건설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전 장관은 "신의주 시에서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쇼핑센터 등 신축 건물이 도처에서 눈에 띄었고 혜산시에서도 신축 건물이 다수 목격됐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현상은 "'2013년부터 공식화된 김정은의 대외경제개방의지와 관련 정책 구비'라는 북한의 요소와 '중앙정부의 변경지구 발전 전략과 지방정부 및 기업의 대북 경제 협력 필요성 증대'라는 중국의 요소가 상호 조응한 결과"라며 "(북중 경제 협력이) 구조적 성격을 띠면서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 교류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양자 간 이해 관계의 일치 속에서 확장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를 고강도 대북제재가 가능한 쪽으로 해석하고 이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 경제 성장이라는 현실에 바탕을 둔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한계가 드러난 대북 경제 제재를 넘어서 남한과 북한, 중국이 경제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경제 개방 확대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전략적인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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