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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한 모택동의 식단은?

[한인희의 중국역사의 뒤뜰] 중국 권력자들의 음식론 ② : 모택동의 음식 철학

모택동은 초기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였다. 국민당 장제스와의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끌고 1949년 중국 대륙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모택동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긍정적으로는 국민당의 장개석을 격파하고 중국 대륙에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한 혁명가이자 전략가로 평가한다. 부정적으로는 대약진 운동 실패와 문화 대혁명의 극좌 모험주의로 인해 중국 사회에 해약을 심대하게 끼친 인물로 평가한다.

모택동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용검우(龍劍宇)의 <모택동의 생활(毛澤東家居)>이란 책이다. 이 책에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모택동은 83세까지 살았고, 등소평은 93세, 진운(陳雲)은 90세, 서향전(徐向前)은 89세, 등력군(鄧力群)은 100세, 장학량(張學良)은 104세, 송미령(宋美齡)은 106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중국 지도자들이 당시의 평균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산 것을 알 수 있다.

▲ 1959년 4월, 모택동이 확대 최고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등소평과 송경령 여사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wikimedia.org

이에 반해, 중국 역사에서 황제 칭호를 처음 사용한 진시황제 이후 황제와 왕의 칭호를 받은 인물(약 559명) 가운데 3분의 1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또 제왕 235명의 평균 수명은 38세에 불과했다. 싱가포르의 소아과 의사인 하내강(何乃强)은 황제를 '고위험 직업'으로 분류하고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는 황궁이 실상은 가장 위험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황제들은 언제나 독살당할 수 있었고, 아편이나 술에 빠져 일찍 숨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역사 속의 황제들은 나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과 암에 걸려 죽은 황제도 적지 않았다.

중국 지도자들의 건강 전문가이자 영양 보건 전문가인 증후원(曾煦媛)과 중국 영양학의 태두로 60년간 영양 분야에서 일했던 북경군구총의원 영양과 주임 출신의 이서분(李瑞芬)은 중국 지도자들의 음식과 건강을 연구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먹었는가? 증후원(曾煦媛)은 중국 지도자의 식습관을 개괄한 결과, 일반의 필부들도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지도자들은 매일 스물다섯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음식이란 스물다섯 개의 코스 요리가 아니라 '소식다찬'이었다. 영양의 균형이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이서분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의 음식 습관을 설명하면서 동식물의 '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 영양학적으로 "네 발 달린 돼지, 소, 양은 두 발 달린 닭과 오리만 못하고, 두 발 달린 닭과 오리는 한 발 달린 버섯류보다 못하며, 한발 달린 버섯은 다리가 없는 물고기보다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지도자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주로 가을과 겨울에 쇠고기와 양고기를 먹는데 이는 '열을 보충'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한 육식 중에도 닭고기나 토끼고기 등을 즐기는데 이는 지방이 적은 고단백질이라 도움이 되었다. 채소 중에는 뿌리채소, 즉 무, 백합, 토란 등을 겨울에 식용했다. 그 밖에도 흑색 식품을 많이 먹었다. 예를 들어 검은깨, 흑미, 김, 목이버섯 등이 적합하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어떤 간식을 즐겼을까? 간식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침과 점심 사이, 그리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을 먹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정찬을 할 때 약 70% 정도 배를 채우고 오전 10시 정도와 오후 3시 즈음에 간식을 먹었다. 예를 들어 오전에 흰목이 버섯과 연밥스프 한 그릇이나 오트밀 한 그릇을 먹고, 오후 간식은 요구르트 반 컵과 견과류 몇 알을 먹는다.

연로한 지도자에게 견과류를 제공하는 것은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암이나 심장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91세까지 장수한 진운은 매일 13알의 땅콩을 먹고, 13분 정도의 산보를 했고, 손님과의 만남은 각각 3분으로 제한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면 모택동의 식단을 살펴보기로 하자. 모택동은 기본적으로 채식을 좋아했다. 물론 육식도 했다. 육식 중에는 잘 알려진 대로 돼지비계요리인 홍소육(紅燒肉)과 돼지 허벅지 살로 만든 홍소주자(紅燒酎子), 약한 불에 구운 생선요리인 화배어(火焙魚)와 같은 일반 대중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좋아했다.

생선 요리로는 어두 졸임(砂鍋魚頭)을 좋아했다. 살이 오른 생선 머리에 두부와 야채고갱이를 넣어 만든 요리이다. 자주 먹은 채소는 배추, 강낭콩, 공심채, 시금치, 미나리 등이었다. 특히 여주(苦瓜)에 돼지고기를 채 썰어 넣거나, 오이에 돼지고기를 채 썰어 넣거나, 혹은 겨울죽순편육, 연뿌리를 설탕과 식초를 넣어 만든 요리를 즐겼다. 이런 음식들이 모택동의 식탁에 자주 올랐다.

식사량은 많지 않았지만 소식다찬을 중시했던 모택동


모택동은 몸집에 비해 식사량은 많지 않았다. 매번 요리 3가지와 탕 하나, 소위 '3채 1탕'이 기본이었다. 신중국이 성립된 이후 중국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자 '4채 1탕'으로 바꾸었다. 손님이 오는 경우 이러한 기본 요리에 한 두 개의 요리를 첨가했다. 그러나 요리마다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모택동 식단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양채(凉菜) 중에는 두시(豆豉)와 고추였다. 두시는 노란 콩이나 검은콩을 물에 불려 찌거나 끓인 후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의 일종이다.

모택동은 생일잔치를 했을까? 그는 생일을 보낼 때도 비교적 간단한 식사를 했다. 연안 시기부터 시작해서 공개적인 생일 축하 행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생일을 축하하면 장수할 수 없다. 절대로 축하할 필요가 없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신중국 건국 이후에도 허례와 낭비를 배격하고 지도자로서 솔선수범하며 생일도 언제나 평범하게 보냈다.

1958년 그의 생일 식단의 기록을 보면 주요리는 무채를 넣은 붕어, 장정닭(長征鷄), 콩줄기 볶음, 배추볶음이었고, 반찬으로는 절여 말린 돼지고기 볶음이 전부였다. 장정닭은 사연이 있는 음식이다. 장정 시기는 매우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국민당에게 쫒기는 공산당은 오랫동안 쌀밥과 국수는 먹을 수도 없었다. 때로는 야생의 나물과 나무껍질로 연명해야 했으니 닭고기는 언감생심이었다. 계란이 최고의 영양식이었다.

장정 기간 현지의 백성들이 홍군에게 닭을 보내와 그 닭을 잡아 호박, 감자, 당근을 넣고 끓여 먹은 우리의 닭볶음과 같은 음식이 있었는데 이게 장정닭(長征鷄)이다. 이 요리는 호남 요리 계열이다. 모택동도 우리가 좋아하는 닭볶음을 즐긴 셈이다. 생일상의 마지막에는 쌀밥과 수도(壽桃)가 나왔다. 수도란 중국인들이 생일 축하 때 쓰는 복숭아 모양의 찐빵을 말한다. 여기에 생일축하 국수인 장수면이 전부였다. 식단 상으로 보면 생일 분위기가 나게 만드는 것은 수도와 장수면 정도다.

1962년 12월 26일, 모택동은 69세 생일을 맞이했다. 그는 생일임에도 아침식사는 했지만 오찬은 하지 않았다. 만찬은 겨우 납작보리 죽 한 그릇을 먹었을 뿐이다. 아침은 시종을 드는 사람들과 함께 먹었는데 식단 상으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겨울죽순 볶음, 기름에 튀긴 새우, 카르보나 잉어부레, 닭고기 기름으로 튀긴 박고지, 그리고 야채볶음이 전부다. 이러한 요리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육류가 없다는 점이다. 모택동이 1961년부터 스스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잘 보여주는 식단이다.

모택동의 요리사를 6년이나 역임했던 왕근인(王近仁)은 이렇게 말하며 모택동이 매우 서민적인 음식을 즐겼음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모 주석의 주방장이기 때문에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알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택동 주석의 측근으로 일을 하고 중남해(中南海)의 전체를 책임지는 주방장이었지만, 내가 배운 다양한 요리 솜씨는 거의 소용이 없었다. 모주석이 즐긴 음식은 오늘날 성급 호텔의 식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보통의 음식이었다. 그래서 나의 다양한 요리 기술은 쓸모가 없었다. 이러한 평범한 음식에 영광스런 혁명의 전통을 응집시켰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모택동의 식단과 관련하여 매일 그의 식사 회수와 음식 습관이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어떤 식단은 하루에 한차례만 기록되었다. 이에 비해 어떤 때는 이틀에 세 차례, 어떤 경우는 하루에 세 차례, 그 가운데 마지막 한 차례는 '한밤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모택동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찬 혹은 이틀에 3찬이 다반사였다. 특히 식사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토란과 돼지 간을 넣은 간식품을 먹거나 납작보리죽, 압축한 비스켓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모택동은 고향의 서민적인 식단을 즐겼다

인간은 어릴 때 고향에서 부모님이 해준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 습관이 있다. 모택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택동은 고향 호남성 상담현(湘潭縣) 소산(韶山)의 음식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모택동의 식단에서 '밑반찬'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주볶음(炒苦瓜)'과 말린 고추 요리였다. 어느 해 5월부터 7월(구체적인 년대는 고증할 수 없음)까지 3개월 동안 먹은 반찬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주볶음이 21차례, 말린 고추요리가 31차례였다.

모택동은 북경의 중남해에 생활하면서 자신이 직접 재배한 채소들을 좋아했다. 1960년대부터 그가 사망할 때까지 중남해의 정원과 노변 구석에 각종 채소와 오이류를 심었다. 모택동은 여유가 있으면 직접 채소에 물을 주기도 했다. 중남해에서 키우던 채소들은 배추, 무,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여주, 큰 호박 등이었다. 심을 수 있거나 자주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심었다. 어떤 곳에는 과수나무를 심기도 했다.

모택동의 생활 관리인이었던 오연등(吳連登)은 "건국 이후 중남해 정원 여러 곳에 꽃을 심었다. 하루는 주석께서 나를 불러 꽃들을 모두 제거하라고 지시하셨다. 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꽃은 쓸데가 없고 비료만 낭비하니 꽃을 심는 것보다 채소를 심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꽃을 제거하고 채소들을 키워 그의 식단에 제공되었다. 모 주석께서는 그러한 채소들을 드실 때 특별히 기뻐하셨다"라고 회고한다.

모택동이 중남해에서 즐긴 것은 채소뿐만이 아니다. 중남해의 호수 안에서 키운 새우 요리를 좋아했다. 당시 중남해에서 일을 보던 사람들이 쉴 때 작은 상자들을 만들고 그 안에 밥찌꺼기를 넣어 중남해 안에 넣어두면 다음날 새우가 상자에 가득 잡혀 있다. 모택동은 이렇게 중남해에서 자란 작은 새우 요리를 즐겼다.

모택동은 음식에 대해서 낭비하거나 사치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만 사용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당시 최고 권력자인 모택동이 마치 진수성찬을 즐긴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소식다찬'의 기본 원칙에 충실했고 어릴 때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을 즐겼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후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권력자라고 해서 특별히 음식을 탐하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권력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차별된 음식을 즐겼던 지도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의 호화로운 오찬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지도자들의 행위 바탕에는 백성이 터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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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희

건국대학교 국제학부에서 가르치며, 한중사회과학학회 회장과 KU 중국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대만 중국문화대에서 중국 근대 정치사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 중국의 영웅들>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중국 외교사> 시리즈 및 <대만 현대 정치사> 등 20여 권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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