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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전용이 아니다?

[살림이야기] 자전거 인프라, 하나씩 짚어 보기·②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자주 타는 것은 개인에게는 건강과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에는 교통, 에너지, 환경 문제 차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이미 선진국들이 적극 추진해 온 일이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도 있다. 유럽이나 일본의 대도시를 가면 우리보다 자동차 보유 대수는 더 많은데 대기가 맑고 교통체증은 덜한 것을 보고 놀란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자동차 이용자는 적고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많기 때문이다.

자전거와의 이상한 갈등

우리나라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상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이면도로나 산책로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부딪친다. 관련 사고도 빈발한다. 이유는 자전거와 걷기 인구가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전거 인구가 급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전거도로가 단시간에 대폭 확장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한 사람으로서는 안전한 자전거도로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난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단시간에 인프라가 늘어나고 이용 인구도 폭증하면서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7년 만에 3배로 늘어난 자전거도로

2008년 전국의 자전거도로는 총 5673km였으나, 2015년에는 1만 70991km로 7년 만에 무려 3배로 늘어났다. 이는 시내의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모두 포함한 것이고, 4대강과 섬진강, 제주도 등의 장거리 국토종주 자전거길만 해도 2000km 이상이 새로 조성됐고 또 여전히 조성 중이다. 인천에서 서울을 거쳐 부산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뚫렸고, 동해안에는 부산에서 고성까지 720km의 자전거도로가 착착 열리고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보다는 각급 지자체에서 주민 건강과 레저 문화를 위해 자전거도로를 적극 개설하는 분위기다.

▲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자전거도로. Ⓒ김병훈

특히 수도권에는 전철망 못지않게 한강 본류와 지류를 중심으로 300km 이상의 자전거도로가 거미줄처럼 나 있다. 서울 시내와 근교의 한강 본류, 지류에는 거의 100%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자전거 인구가 폭발한 것은 이런 인프라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단기간 조성에 따라 구간별 천차만별

단시간에 엄청난 규모의 자전거도로가 개설되면서 서로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부실공사, 안내판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구간에 따라 노면 상태도 천차만별이다. 시공업체와 예산, 사용 자재에 따라 차이가 나서 어떤 곳은 툴툴대는 시멘트 바닥이고, 어떤 곳은 고속도로 부럽지 않은 말끔한 아스팔트 포장이 나오기도 한다.

4대강을 포함한 국토종주 자전거길만 예로 들면, 처음에는 중앙정부에서 시행한 사업이지만 지금은 관리 주체가 각 지방 국토관리청과 지자체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자전거도로에 관심 있는 지자체나 지역은 예산을 투입해서 관리가 잘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차이가 생겨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구간에 따라 자전거도로 형편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찾는 대도시 인근은 관리가 잘되는 편이고, 왕래가 뜸한 내륙의 오지는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전용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자전거도로라고 알고 있는 길이 법적으로는 대부분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다. 따라서 폭 1.2~1.5m의 좁은 길을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한강 자전거도로는 보행자와 조깅하는 사람, 인라인이나 전동기구 이용자 등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일부 구간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구분해 놓기도 했다.

자전거도로 인프라는 명칭에만 '자전거'가 들어가 있을 뿐 실제는 보행자와 기타 개인용 이동수단의 이용을 포괄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 내륙의 한적한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일반 도로를 활용한 것이라 자전거 전용이라 하기 어렵다. Ⓒ김병훈

자전거 관련법은 개정 중

점차 보급이 늘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현행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어 자전거도로에는 진입할 수 없다. 또 최근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세그웨이 등)는 아예 관련법이 없어 인도와 자전거도로, 도로를 마음대로 누비고 다닌다.

자전거와 관련된 법은 전문 법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있고 '도로교통법'도 일부 연관된다. 올해 초 두 법의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는데,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도난을 막기 위해 등록제를 도입하며, 자전거에 포함되는 전기자전거의 세부 규정(페달 어시스트 방식 적용, 시속 25km 이하)을 확정하는 내용 등이다.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수단보다는 레저 용도

서유럽이나 일본은 자전거의 교통수송분담률이 20~30%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실제 교통수송분담률은 3~5%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 이유는 자전거를 일상생활 속의 교통수단이라기보다 레포츠 용도로 주로 타기 때문이다. 출퇴근이나 통학, 쇼핑 등 일상적인 용도로 자전거가 아직 많이 이용되지 않는 이유는 생활 속에서 이용하려면 시내에서 타야 하는데 자동차 등 위험요소가 너무 많고, 안전하게 주차할 곳이 없으며, 도난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사고와 도난, 자전거 이용의 가장 큰 걸림돌

자전거 인구가 늘어난 만큼 사고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2005년 연간 자전거 사고 건수는 7900건 정도였으나 2014년에는 1만 7000건으로 2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사망사고는 지난 10년간 연간 250~300명 선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자동차 대수가 늘어났는데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안전의식, 안전시설, 제도 강화 등)로 풀이된다.

문제는 치명적인 자전거 사고는 자동차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전거 사망사고는 90%가 자동차와의 충돌로 일어난다. 이는 시가지에서 먼 레저용 자전거도로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시내에도 선진국 같은 자전거도로와 제도적인 보호 수단이 필요하고, 자동차 통행을 억제하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단지 자전거만의 얘기가 아니라 이는 연간 2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보행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자전거교통포털(bicycle.koti.re.kr)

자전거 도난은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상 용도로 타는 자전거는 자전거와 전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하는 것인데, 설문조사(서울시, 2008) 결과를 봐도 도난 위험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자전거 도난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이기도 한데, 특히 청소년들이 별 죄의식 없이 자전거를 가져간다.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비치된 자전거 거치대에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 버려진 자전거(사용 중인 자전거도)를 가져간다는 식으로 쉽게 자기 합리화를 하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면 자동차처럼 관리가 쉬워지고 도난을 막는 데도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일본의 자전거등록스티커(오른쪽)와 전철역 자전거 보관소. 등록제로 경찰의 관리가 가능하고, 안전성 덕에 보관소 이용자가 많다. Ⓒ김병훈

자전거 인프라와 관리 측면에서 가장 잘된 곳을 꼽으라면 국내는 경남 창원시와 경기 고양시를 들 수 있다. 두 도시는 출퇴근이나 통학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대단히 많고 자전거도로와 거치대 같은 인프라도 잘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 규모에서는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를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유럽에도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같은 자전거 선진국이 있지만 우리와는 사회 전반적인 제도와 문화가 달라 실질적인 참조는 되지 않는다. 일본은 제도와 문화가 비슷해서 우리 현실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자전거 도난과 주차 문제를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는 전철역에 유인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해서 해결하고 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일정 요금을 받고 자동차 주차장처럼 사람이 자전거를 지켜 주는 것이다. 시설비도 많이 들지 않고 노인이나 공공근로 인력도 활용할 수 있다. 서울에는 일부 전철역에 폐쇄형 자전거 보관소가 있기는 하지만 건설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전체로 확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또 국내 지자체들은 공공자전거를 확대하는 추세지만 세계적으로는 고비용 비효율로 축소하는 분위기다. 가능하면 자신의 자전거를 많이 타게 하는 것이 관련 산업과 효율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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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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