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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의 반란, 민주주의의 축제

[다른백년 주간논평] 성주, '사드 배치 반대' 한 달

경상북도 성주에서 조그만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7월 13일부터 글을 쓰고 있는 오늘(8월 17일)까지 매일 저녁 1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모여서 "성주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성주군 인구 4만 6000여 명 중 약 3분의 1이 살고 있는 성주읍의 중심지에 거대한 레이더 장비가 설치되는 심각한 위협에 대항하여 일어난 그들이지만, 대열은 차분하면서 질서가 정연하다.

▲ 지난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 밖 숲에서 열린 '사드 철회 평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성주군민들이 집단 삭발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국가안보에 중대한 사안인데 확실하지도 않은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배치 반대를 외치는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당하면서도 한 달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그들은 흐트러짐 없이 항의운동을 유지하고 있다.
현수막과 집회 현장의 주된 구호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성주군청 앞 광장은 매일저녁 깊은 분노를 다스리면서 연대의 환희를 맛보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노래와 춤,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주 배치 결정과 주민들의 반발

사드와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올해 2월에는 이 문제가 좀 더 현실로 한국인들에게 다가왔다.

한미 양국은 지난 2월 7일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국에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명분이었다.

이 발표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하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였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며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8일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는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 THAAD, 이하 '사드'라고 함)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불과 이틀 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다음날부터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어 왔던 지역들은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른 경북 칠곡군에서는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7월 9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범군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7월 11일에는 성주, 예천, 포항, 양산이 후보지로 거론되었고, 그날 성주군과 성주군의회는 사드의 성주군 배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어 12일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 비상대책위원회'가 발대식을 하고 출범, 성주군수와 군의회 의장의 단식항의 투쟁이 시작된다. 이날부터 성주읍을 중심으로 곳곳에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첫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날부터 매일 저녁 8시 군청 광장에는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날 김관용 도지사와 이완영 국회의원(칠곡, 성주, 고령 지역구)이 방문을 하지만 이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운동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는다.

7월 13일 오전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가 성 밖 숲에서 약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영남지역 사드 배치 관련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기자회견, 경상북도의회 성주지역 유력후보지 결정 반대 성명서가 발표된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 사드의 배치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이 결정되었다고 공식 발표를 한다. 바로 이어 오후 4시 성주군수와 주민 230여명이 국방부 항의 방문을 위하여 버스로 출발을 한다.

다음날 7월 14일 성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청 앞 1인 시위가 시작되었고, 성주군민 5인이 처음으로 삭발을 하였다.

7월 15일 도의원, 군의원들의 삭발식이 있었으며,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용 도지사가 성주를 방문한다. 이날부터 국방부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성주군민의 1인 릴레이 시위가 시작된다.

▲ 7월 15일 성주를 방문했던 황교안 총리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황급히 몸을 숨기고 있다. ⓒ평화뉴스(김영화)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 방문 시에 주민들이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장시간의 대치와 주민과 황 총리 일행이 서로 폭력을 주고받는 사태가 있었고, 이에 대하여 일부 언론이 국무총리를 '감금'하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이날의 사건 흐름을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주민들을 설득한다고 성주를 방문하였으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것과 성주군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말 외에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아니한 국무총리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그날의 사태를 가져온 주요한 요인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심각한 정도의 직접적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물병과 계란을 던지고 총리 일행이 탄 버스를 둘러싸고 대치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에 대한 총리 일행 측의 제압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었으며 직접적인 폭행을 당한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 경찰은 물병을 던지는 등 폭력적 행위를 한 사람들을 사진채증 하여 조사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한 활동가들을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여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재복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그날의 상황을 폭력 사태로 규정하고 주된 원인이 '외부세력'이라고 밝히면서 국무총리에게 사과를 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 문제가 되었다.

성주 군민들은 자신들의 대표자가 그와 같은 발언을 한 것에 다시 들끓기 시작하였고, 이후 주류언론들은 이 발언에 고무된 듯 '외부세력'이라는 단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지역과 전국에서 성주의 싸움에 연대 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들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었다.

역사적 무더위…한 달째 사드 반대

성주군민들은 며칠간 지속된 투쟁의 기운에 고양이 되었고, 7월 16일 그동안 활동해온 범군민 비상대책위원회를 투쟁위원회로 전환, 확대개편하면서 '성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 발대식을 한다.

투쟁위는 지역 각계각층 대표와 주민 2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재복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영길 경북도의원, 백철현 군의원, 김안수 경북도친환경농업인회장 등 4명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어느 재미교포가 제안하여 백악관의 청원 게시판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의 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 10만 명이 서명을 하면 백악관에서 그 내용을 검토하고 답변을 준다는 청원 공간이다. 이 서명운동은 온라인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8월 10일에 10만 명을 채우게 되었고, 미국 대통령실에서는 신중히 검토하여 답변을 주겠다는 응답을 하였다. 한편 이날 성주지역 내 제3의 배치장소로서 염속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7월 18일 김관용 경북지사가 다시 성주를 방문하였고, 투쟁위 대표단이 주요 야3당 원내대표를 면담한다.

7월 19일과 20일 국회 본회의의 사드 관련 대정부 질문이 이루어졌고, 이 자리에 성주주민 30여 명이 상경하여 참관하였다. 이날 국무총리는 첫째, 사드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와 관련하여 "지역 주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성주의 발전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며, 둘째, 지난 15일 성주를 방문해 6시간가량 고립됐던 것에 대해서는 감금을 당한 것이 아니고, 셋째, 사드 배치는 한미방위조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주 발전을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말은 결국 약간의 예산을 풀어서 지역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사업을 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며, 성주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다음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여 야당 일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법률가 단체가 요구한 국회동의 절차도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결국 주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사드 배치의 결정과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청문이나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하고 군사작전 하듯이 기습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서 법적, 정치적으로 아무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반면에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라는 소중한 자리에서, 사드라는 무기체계의 한국 방위 적합성이라는 군사기술적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심각한 절차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하여 야당 의원들은 적절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통하여 지적하지 못하였다. 전형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방청을 한 성주 주민들은 국회 질의가 실효성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고 한다.

7월 21일 성주군민 2300여 명이 상경하여 서울역에서 집회를 가졌다. 서울역 집회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전국에 성주군민의 사드 반대 운동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 7월 21일 서울역 광장 앞에서 2000여 명의 성주 군민들이 모여 사드 배치 반대 상경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종교계의 참여도 꾸준히 이루어져 7월 23일에는 군청 마당에서 성주 사드 배치 철회 시국미사가 진행되었고, 8월 5일 금요일에는 성주 불교사원 연합회 및 신도회에서 한반도 평화기원 대법회를, 8월 6일 토요일에는 성주지역 가톨릭 4개 본당 연합으로 평화미사를 초전성당에서 진행하였다.

7월 26일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과 정부 관계자가 성주를 방문하여 투쟁위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가 주최하여 약 300명이 참관한 가운데 트랙터 30여 대를 동원하여 참외밭 갈아엎기 행사를 진행하였다.

27일에는 유도회 등 성주 지역 유림단체들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상소문'을 제출하였다.

7월 28일 아프리카TV의 '망치부인'이 성주를 방문하여 연설을 하였다. 망치부인은 방송을 통하여 백악관 10만 청원운동에 힘을 실었고, 8월 12일 다시 성주를 방문하여 연설하였는데 큰 호응을 받았다.

8월 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명이 방문하여 성주군민들의 투쟁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8월 중순까지도 더불어민주당은 사드배치 문제와 성주군민들의 투쟁에 대하여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8월 5일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서 김제동 씨가 주민들에게 사드 반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평화뉴스(김지연)


8월 5일 김제동이 성주를 방문하였다. 필자도 직접 들었던 그날 김제동의 38분간 연설은 뛰어난 대중 헌법 강의였고, 성주 군민들의 투쟁이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헌법에 근거한 정당한 싸움이라는 것을 힘있게 알린 훌륭한 연설이었다.

성주군 내 제3의 지역을 사드 부지로 결정하자는 논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8월 4일 "성주군이 제3의 장소를 추천하면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고, 성주의 유림단체 등에서 제3의 장소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어 놓고 있다. 8월 5일 투쟁위원회는 사드 배치 전면철회가 답이며, 사드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사드 반대로 똘똘 뭉쳐…몸소 체험하는 열린 민주주의

1994년 더위 이후 최고를 기록한 긴 무더위 속에서도, 한 달을 넘기는 8월 중순 이후에도 성주 시민들의 투쟁은 지속되고 있다.

군청 광장은 이제 '평화의 나비 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매일 저녁 8시에 시작하여 여러 연사들이 발언하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가수, 소리꾼, 노래패 등 공연자들이 무보수로 공연을 하고, 배윤호라는 주민이 집회의 마무리 즈음에 성주군민들의 투쟁에 대한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매일의 상황을 짚어주는 이야기를 한다.

사회는 거의 단골로 대외협력 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이재동 성주농민회 회장이 맡고 있다. 저녁 8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가 쫙 깔리고, 8월 이후에는 뒷자리 사람들을 위하여 앉은뱅이 의자를 수백 개 깔아 놓는다.

집회가 끝나면 순식간에 자리가 걷어지고, 남은 초와 머리띠, 손 현수막 등 시위용품들이 모두 반납된다. 자리를 털고 난 이후 광장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현재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의 기본 동력은 정부의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 결정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와 사드라는 무기체계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투쟁의 대열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자신의 소속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히 사드 배치 반대 결의를 분명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인 군수와 주민대표자들인 군의원들, 오랜 기간 활동해온 농민회와 여성농민회 조직,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함께하는 성주사람들'(함성)이라는 체계를 함께 꾸린 전교조, 별고을학부모회 등의 작은 조직들, 그리고 농업경영인연합회 등 성주군의 공식 주민 조직 내지 관련 조직들, 이들 다양한 조직과 개인의 힘이 하나로 모인 것이 주요하게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된다.

세월호 대응 활동과 폐기물 매립장 반대 운동의 과정에서 형성된 이들의 연대 활동과 주민 운동의 경험은 '사드 사태'라는 큰 사안에서 유연하게 대처를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함성의 회원들은 현장 집회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고, 현재 집회 현장에서 촛불 주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집회 사회자가 이재동 농민회장이다. 군민들의 자발적 항의운동에 이들 단체의 회원들이 적극 참여하여 운동의 대열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 군수가 '사드 반대' 앞장

운동의 불길을 크게 지피는데 성주군수의 역할이 상당하였다. 성주군수는 행정조직을 통하여 이장들에게 연락을 하여 마을마다 방송을 하게 하였고, 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집회장인 성 밖 숲이나 군청마당으로 몰려들었다.

성주군수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재선 자치단체장이다. 성주군의원과 경북도의원도 역할을 하고 있다. 군의원 백철현, 도의원 정영길이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 김항곤 성주군수. ⓒ프레시안(최형락)

성주군수는 집회 초기에 '외부세력 개입 배제' 주장을 하여 열성적인 반대 운동 주민들의 의혹을 샀다. 그러나 이후 단식투쟁, 이후 집회현장에서의 연설 등을 통하여 나름대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한국 정당 정치의 주요한 문제점인 지방정치의 중앙 정부 권력 예속성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중앙 권력의 흔들기에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주민의 진정한 대표자로서 역할을 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후의 주요한 동력은 '1318'이라는 단체 카카오톡에서 나오고 있다. 운동의 방향과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주요한 정보가 모이는 직접 민주주의의 사이버 광장이다. '아고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가상 공간이다.

젊은 층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존재하던 곳이었는데, 사드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적절한 분석과 주장이 올라오면서 주민들의 관심을 끌게 되어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7월 중에 카카오톡 단체방 최대 인원인 1318명이 입장을 해 '1318방'이라고 불리고 있다.

▲ 성주군민들의 사드 반대 운동에는 카톡방 '1318'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외부세력이 아니라, 카톡방을 이용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사드 반대의 불길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google.com

누군가 이 논의 공간에 관심이 있어 입장을 하려 하면 기존 회원 누군가가 탈퇴를 해야 가능하다. 1318은 매일의 집회 준비, 언론의 보도에 대한 공유와 대응 방법 논의, 군수나 군의원 등 행정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동향에 대한 언급, 정부 측의 움직임에 대한 공유와 대응방법 논의 등 다양한 주제로 짧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한 운동 방법과 기획들이 '1318 채팅방'에서 이루어졌다. 주민들은 '새누리당 장례식', 대구 치맥 페스티벌 현장에서 서명 운동 등을 이 방에서 자발적으로 기획했고,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구호로 자신들의 요구를 정형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중심을 이루었다. 내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는 것이 출발점이었다면, 지금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문제의식이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외부세력' 타령…보수언론의 공세

이재복 투쟁위공동위원장이 7월 15일 국무총리 방문 당시의 폭력 상황에 대해 언론에 외부세력 책임론을 제기한 후 언론들은 '외부세력의 개입'을 집중 보도하였다.

언론의 보도와 논설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심각하게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 특별한 근거 없이 막연한 대중의 적대적 정서를 이용하여 특정인물에 대한 마녀사냥 방식의 공격을 하는 경우였다. 대표적으로, 엄연히 성주군민으로서 오랫동안 성주에 살아온 주민조차 그들의 과거나 현재의 활동을 문제로 삼아 '외부세력'이라 지목하여 공격을 한 것이다.

특히 성주 사람과 결혼을 하여 길게는 30년 넘게 성주에 살고 있는 여성들을 외부세력이라고 비난한 주류언론의 보도는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불법행위이고, 소수자를 공격하는 다수의 폭력으로 파시즘의 한 모습이며 심각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상이다.

▲ 보수언론은 이번에도 군민을 '외부세력'으로 몰았다. 평범한 시민을 전문시위꾼으로 둔갑시킴으로써 사드 문제를 성주 군민만의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꼼수인 것이다. 사진은 TV조선의 한 장면.

이재복 위원장의 발언에 대하여 김안수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언론에 투쟁위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수습을 하였다. 국무총리 방문 사건을 두고 우려되었던 주류언론의 공격은 성주군민의 항의운동에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투쟁위가 스스로 연대활동의 폭을 좁히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던 것은 주류언론과 정치권력이 강요한 '외부세력 배제 대(VS.) 순수' 프레임이 이 운동의 폭을 좁히고 전국적 연대운동으로 심화,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득권 세력이 성주군민들의 터져 나오는 분노의 대열에 한발 밀렸지만, 여전히 그들이 전체 대립국면에 근본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수 주류언론의 성주군민들의 항의운동에 대한 비난은 크게 균형을 잃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일보>는 ''내게 손해면 안보도 팽개친다' 참담한 국민 의식'(7월 16일 자)이라는 제목을 단 사설에서 "이날 성주에서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무법 천지'가 벌어진 것은 '땅값' '집값' '농작물값'과 같은 이해관계 때문이다"라고 성주 주민들의 항의운동을 폄하하고 비난하였다.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게 된 이유의 주요 부분은 전국 최고 명품인 참외를 비롯한 농작물의 가치와 가격 하락, 건강에 대한 불안 등 현실적, 잠재적 피해에 대한 우려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정부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갖추지 않은 채 군사작전 하듯이 급작스럽게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비민주적 행정에 대하여 분노를 한 것도 크다.

더 나아가 반대 운동이 지속되면서 주민들 다수가 사드 배치 자체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적절하지 않으며, 우리 국익에도 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점도 현재의 반대 운동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매도하듯이,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이해타산에서 비롯된 이기적 행동이 아닌 것이다.

<조선일보>의 입장은 본질적으로 왕정시대 국가 권력의 태도에 해당한다. 국가, 즉 왕이 결정하여 어떤 정책을 실시하면 백성들은 설사 그것이 자신들에게 불이익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고, 어떠한 항의도 하지 못한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피해자인 주민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계획하지 않고 있고, 이는 사드배치로 인한 주민의 피해는 없다는 기본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국무총리 성주방문 사건 이후 주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강력하였으나 성주군민들은 이를 잘 방어하고 나아가고 있으며, 현재는 주류 중앙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크지만 악의적인 왜곡보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권력과 주류언론이 강요한 '순수한 내부자 VS. 외부세력' 프레임은 여전히 성주군민의 투쟁을 옥죄고 있지만, 군민들은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성주를 넘어 이웃 고장에 사드를 옮겨가는 것도 안된다"고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 86%를 기록한 지역에서 군수와 지방의원들까지 포함한 모든 세력이 대동단결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싸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주 주민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려고 하는 성주 바깥 사람들과의 연대를 제한된 범위에서 슬기롭게 잘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드 홍보 공문…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

일방적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성주군민들의 투쟁에 대응하여 권력은 전통적인 대응 방법의 하나를 그대로 반복하였다.

7월 25일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사드 관련 자료 안내 및 학생 생활지도 철저'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국방부가 주장하는 사드의 안전성 등의 내용이 담겨 서울, 경기, 전북교육청은 협조 요청을 거부하였다.

경북교육청은 곧 성주교육지원청 등에 전달했고, 성주교육지원청 역시 관내 22개 초·중·고등학교로 공문을 보냈다. 성주의 각 학교는 사드 반대 여론이 높은 지역 정서를 고려해 학생, 학부모 등에게는 공문을 보내거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

▲ 교육부는 7월 24일 방학 중인데도 전국 초·중·고교에 사드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국방부 자료를 안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해놓고, 뻔뻔하게 홍보 강화를 늘어놓는 정부의 낡은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이 사안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심각한 사태이다. 찬성과 반대가 갈리고, 특히 지역주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를 하는 사안에 대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정리한 문서를 보내는 것은 헌법 제31조가 정한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인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까지 고려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사드에는 국민도, 민주주의도 없었다

사드 배치 결정은 그 과정이 철저히 민주주의 원리를 위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국가 권력이 폭력적 지배를 하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사시설이나 핵발전소 건설에 대하여 지역주민이 반대를 할 수도 없었고 실제로 반대운동이 일어난 곳도 없다. 그러나 1987년 민주주의 체제의 수립 이후 '원자력 발전소'가 위험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고, 이제 어느 지역에서도 과거 유신시대와 같이 정부에서 결정하여 밀어붙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서고 주민 여론조사 혹은 주민투표가 이루어지고, 다수 주민이 반대를 할 경우 핵발전소 건설은 추진이 어렵게 된다. 부안이나 삼척에서 핵폐기장과 핵발전소의 건설을 밀어붙이던 권력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다수의 반대 의견이 확인된 이후에는 건설 강행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어렵게 실행한 주민들의 자발적 주민투표가 주민투표법상 개표요건에 해당하는 3분의 1에 불과 200여 표 미달하는 결과를 가져온 영덕의 경우 주민들의 압도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원자력 기업이 핵발전소 건설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영덕군민들 중 압도적 다수가 반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반대의 핵심 이유가 만일의 경우에 발생할 수십만 명 사람들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권력이 국가 정책이라고 밀어붙이는 적나라한 폭력, 이것이 영덕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추진의 본질이다.

핵발전소 건설 강행에는 수천만 명에 이르는 도시 전기소비자들의 안락한 삶을 위하여, 수만명 영덕군민들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자기결정권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다수의 침묵을 기반으로 자행되는 소수자에 대한 폭력, 이것은 민주주의가 파시즘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핵발전소 건설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적나라한 현장이다.

▲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묵살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토록 중요한 국익이라면 정부는 지겹도록 설득하고, 경청해야 한다. 그래서 사드 배치 문제는 성주 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민주주의와 직결된 문제이다. 성주 군민들도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성주의 사드 배치 과정에도 동일한 반민주주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사드배치 자체에 대하여 야당과 시민사회 일부에서 꾸준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았고, 미국과는 상당한 정도 정보를 나누고 협의를 하면서도 국민에게는 물론 국회에조차 전혀 정보를 나누지 아니하였다.

사드 배치 여부는 상당 기간 이전에 이미 미국과 합의하여 결정하였을 것이고, 그들이 마련한 기준에 의하여 조사와 심의를 하여 후보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고, 어느 시점에 성주를 최종 부지로 결정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7월 8일 비로소 남한 내에 사드 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을 발표하였고, 7월 13일 성주 성산포대 지역을 부지로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미 성주로 결정을 다 해놓은 상태에서 음성, 평택, 칠곡 등 다른 지역을 선정할 것 같다는 거짓 정보를 유통시켜 성주군민과 칠곡 등 거론된 후보지 지역 주민들을 동시에 기망한 것이다. 작은 행정구역 주민들을 적으로 간주하여 '성동격서 작전'을 펼친 것이라 볼 수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기망행위를 하여 모르게 한 다음 전격적으로 발표하여 더 이상 논란의 여지조차 없도록 하자는 것이 국방부의 생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되던 13일, 발표 직전에 대구·경북 의원 21명은 단체로 정부 결정을 비판하고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들이 발표한 성명의 내용에는 "선정기준을 소상히 밝히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해당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것", "사드의 설치에 따른 레이더 전자파의 진실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요구는 레이더와 미사일로 구성된 복합무기체제를 특정 지역에 설치하고자 할 경우 당연히 거쳐야 할 내용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여당 국회의원들이 천명한 사드 배치 결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의 내용은 완전히 무시한 채 정부는 성주에 사대 배치를 최종 결정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절차에 위반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것이다.

8월 15일로 34일째를 맞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은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 측에서 성주 군내 제3의 장소로 부지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해 올 것으로 보인다. 유림단체 등 일부에서는 인구밀집지역인 성주읍의 성산포대 대신 외곽지역의 산지를 정하여 사드기지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 사드 배치에 대한 성주 군민들의 반대가 예상 외로 강력하자 정부는 성주 내 다른 지역을 제3후보지로 흘리고 있다. 그곳과 인접한 김천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김천으로까지 사드 반대 시위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민주주의라는 점을 여전히 모르는 것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관과 민의 단결로 형성된 투쟁위원회는 군수와 군의원, 도의원, 지역의 각종 사회단체들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그 대열을 유지하고 있고, 성주군 내 어느 지역이든지 레이더 기지 설치는 불가하고 원래의 부지 선정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매일 밤에 이루어지는 집회에 평소의 인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주민들의 투쟁의 동력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철회를 하지 아니하고 버티는 상황에서, 더 나아가 제3의 부지 선정 등으로 타협책을 제시하고 지역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약간의 선심성 개발 선물을 가져다줄 경우 성주군 민관의 불안한 단결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지금까지 중앙 정치 권력의 결정에 항의 운동을 펼쳤던 어떤 지역도 해내지 못한 일, 관과 민이 하나가 되어 1000명 이상의 항의 대열을 한 달 이상 하루도 빼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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