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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 올림픽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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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 올림픽은 열릴까?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전쟁으로 가는 동아시아

세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정부가 기를 쓰고 남한에 배치하려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지구적 수준에서 미사일 방어 체계, 즉 MD를 구축하려 워싱턴이 펼치는 전쟁 계획의 일환임은 상식이다. 모든 계획은 실행을 전제하므로 이 계획의 끝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적 전쟁(global war)이 될 것이다.

다가오는 전쟁에서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를 최전선에 두기 위해선 남한을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떼 내어 일본 앞에 세워야 한다. 미-일 동맹 하의 태평양 전선의 선두에 남한의 군사적 효용성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1991년 12월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 이후 질기게 이어져오던 남한과 북한의 연계는 단절됐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남한과 중국의 연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반면 남한과 일본 간의 군사적 연계는 교류의 수준을 넘어 동맹으로 격상 중이다. 미군의 보호와 한국 정부의 묵인 하에 일본 해상 자위대가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닌 지 오래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은 물론 한국 정부에 대한 군사적 지휘권을 갖고 있는 미군은 머지않아 육상 자위대를 한반도에 진입시킬 것이다.

작년(2015년) 말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한일 군사 동맹 구축의 마지막 장애물을 걷어낸 것이다. 남한의 사드 배치는 그 쐐기를 불가역적으로 박기 위한 것이다. 이 모두의 중심엔 지구적 범위의 전쟁 계획을 진행시키는 미국의 군산 복합체와 극우 세력이 있다.

북한을 자꾸 거론하지만, 북한을 핵 개발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김일성 사망에 고무되어 북한 체제 붕괴라는 허황한 시나리오에 의지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깬 것은 미국이었다. 2005년 6자 회담 9.19 합의를 깬 것도 미국이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접촉을 가로 지르며 집요하게 워싱턴과의 관계 정상화와 평화 협정에 매달렸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미국의 전쟁광들이 공작을 벌여 북미 관계를 대결로 몰아갔다.

일본을 MD 체계에 전면 편입시키고 남한의 사드를 그 통제 하에 둠으로써 미국의 지구적 전쟁 계획은 그 완성을 앞당기게 된다. 워싱턴이 통제하는 아시아의 MD 체계는 이미 유럽에 설치된 MD 체계와 한데 묶여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공격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핵 보복의 공포에서 벗어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적 대결에 부담을 갖지 않게 되고, 그 자연스런 귀결은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적 차원의 군사적 도발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가 민주당이 집권하던 미국임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의 하위 파트너에 머물 줄 알았던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주무를 기세다. 망할 줄 알았던 러시아가 정치 군사적으로 안정된 국가로 돌아왔다. 미국의 패권 독점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국을 정치적으로 고립 봉쇄하고 군사적으로 파괴시키는 것이라고 미국의 극우파와 군부는 믿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적대 정책이 강화됨으로써 지구의 군사적 정세는 복잡해지고 위험해졌다. 한반도만 하더라도 개성공단이라는 안전핀이 제거됐다. 탄저균을 비롯한 미군 대량 살상 무기의 남한 배치가 증강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있는 남한의 사드 배치는 지구적 전쟁으로 치닫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이 기획한 박근혜-아베 위안부 합의와 오바마의 원폭 현장 방문은 일본의 전범국 역사를 지우겠다는 미국의 역사적 '화해' 조치다. 일본 내부로는 헌법 개정을 통한 평화 국가에서 '보통' 국가로의 법률적 승인 과정만 남았다.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은 미국 민주당 정부와 남한 군사 정권의 합작품이었다. 대외 정책에서 우익 강경파의 입장을 견지해온 힐러리의 당선은 일본과 남한의 극우 정권을 기반으로 한-미-일 군사 동맹 체계의 완성을 가속화할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식 이후 한미 군사 동맹과 미-일 군사 동맹은 따로따로 존재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한-미-일 3각 군사 동맹의 본격적인 등장은 처음 벌어지는 사태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그 방아쇠를 당겼고, 이로써 남한은 지구적 전쟁의 태평양 최전선에 제 발로 들어섰다.

1975년 베트남의 통일 이후 반세기 동안 평화를 유지해왔던 동아시아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재래식 전쟁을 넘어 핵전쟁과 생물학 전쟁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1894년, 1904년, 1950년에 이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일대는 또다시 열강들의 군사적 각축장이 되고 마는 것인가.

오는 4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좌절되고 지금과 같은 미국 주도의 군사적 대결 시나리오가 착착 실행된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열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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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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