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태 공사는 부인, 자녀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으며 향후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17일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 하에 있고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며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는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태 공사의 탈북 및 입국 외에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태 공사의 탈북 일자와 입국 일자, 탈북 경로, 탈북 인원 등의 질문에 대해 정 대변인은 "상세한 탈북과 입북 경로에 관련해서는 해당국과 외교 문제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며 "자녀 문제 역시 신변 보호에 문제가 있어 밝힐 수 없음을 양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정 대변인은 "태 공사는 탈북 동기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는 태 공사의 탈북과 관련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6일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 역시 "탈북민의 신변 안전, 관련국과의 외교 문제 등을 감안해서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갑자기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이분들이 국내 입국을 했고 언론에 널리 보도됐기 때문에 사실 확인 차원에서 알려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4월 8일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탈북했던 것처럼 이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맞다. 그러니까 관계기관 조사를 마친 이후에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탈북자들이 남북이 아닌 제3국에서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이를 확인한 뒤 입국 절차를 거친다. 이후 정부 합동신문센터에서 탈북 경위와 신변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가 끝나면 통일부 소속의 하나원에 입소해 한국 사회로의 적응 준비를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13명의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사회로 나왔다. 태 공사 역시 북한의 고위급 외교관이라는 특성에 비쳐봤을 때 이들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태 공사의 막내 아들 친구인 루이스 프리어의 말을 인용, 태 공사 가족들이 지난 7월 중순경 망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이들이 몇 주 전 런던 서부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BBC의 서울·평양 특파원인 스티브 에번스는 태 공사가 올 여름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태 공사의 탈북 과정에서 그의 본명이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이전 태 공사의 본명은'태용호'로 알려졌으나 입국 이후 조사 결과 태용호가 아닌 '태영호'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태용호는 가명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영어로 (이름을) 표현하다 보니 헷갈렸을 수도 있고, 외부에서 (태용호라고) 그렇게 부를 때 그냥 놔둔 것일 수도 있고, 아예 가명을 쓴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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