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드 논쟁은 왜 일어났는가? 우선적으로 사드는 한중 간의 이슈가 아닌 한-미-일의 대중국 봉쇄의 일환이라는 중국의 인식, 한중 관계에서 가장 진전이 늦은 군사 교류·협력 지속의 결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중국 체제 속성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된다.
그렇다면, 중국의 일부 식자 및 정부 관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중 관계의 미래는 없는 것인가? 이럴 때일수록 한중 관계의 다층적이고 다양한 맥락(contexts)을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한중 관계의 주요 추이와 명암(明暗)
지난 24년간 양국 관계의 주요 추이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양국 관계의 행위자와 활동 영역이 크게 증가했다. 2) 양국 관계의 이슈-영역별 불균형이 심화되었는데, 양국 관계는 "경제·교역>사회·문화>정치·외교>군사·안보" 순(順)으로 발전해왔다. 3)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영향과 양국 간 국력 차가 확대(2015년 중국의 GDP 10조 8664억불; 한국 1조 3779억불)되었다. 4)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식상·체제상·정책상의 차이성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양국 정부는 양국 간의 정상 회담 및 주요 인사의 회동 수와 교역·투자·방문과 같은 '긍정적·우호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나, 많은 한국 국민과 여론 주도층은 중국의 '간섭(예, THAAD 논쟁)'과 '방임(불법 어로 행위)'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는 곧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비판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소위 한중 관계의 명(明)과 암(暗) 간의 균형적인 시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인식·규범·가치관'의 차이는 적지 않다.
지난 24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 양국 관계의 이면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 요인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에는 재중 탈북자 문제 및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주한 미군 배치와 같은 인권·주권 관련 외교 현안에서 북핵 문제(6자 회담)와 같은 다자간 안보 문제,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과 같은 한국의 중장기 국가 안보 목표가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평화적, 자주적, 그리고 단계적' 통일인데, 이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조건적'임을 의미한다. 즉, 상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한국의 주요 인사의 방중 시 중국 측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했다는 전언은 사실이 아니다.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지난 24년간 한중 관계의 주요 특성은 '용이하고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관계성'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에, 보다 민감하고 장기적이며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 간의 '구동존이(求同存異, 大同을 추구하고, 小異를 남겨 둠)'의 당위론을 차치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 즉 '이중구동(異中求同)'의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양면성과 체제 속성을 이해해야
중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이는 중국 체제가 "복잡하고(complex), 혼돈되고(confusing), 상호 모순적(contradictory)"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빨리 변화하고(changing fast)"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국가(party-state)'인 중국은 '잠재적 글로벌 파워', '지역 강대국', 그리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 소위 '사회주의 개발도상국'이라는 다양한 대외 정체성(正體性)을 갖춘 세계 유일의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 체제의 특수성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데, 시진핑 체제의 등장 이후 중국이 주변국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며, 소위 "친(親), 성(誠), 혜(惠), 용(容)"((주변국에) 친밀하고, 성실하고,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상기 원칙의 천명(2013년 10월) 이후 중국이 한 달 만에 동중국해에 대한 방공 식별 구역(ADIZ)을 선포했던 양면성도 놓쳐서는 안 된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해·영토 주권 주장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행동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베트남과 분쟁 해역에서의 공동 개발 합의(2013년 10월) 후 시사군도 분쟁 해역에서 중국이 단독으로 석유 시추(2014년 5월)를 하여 베트남에서 반중(反中) 시위가 발생하고 양국 관계가 악화된 사실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필리핀의 경우 수년간 중국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기간 중에도 중국이 필리핀의 제1교역국으로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요약하면 경제 의존도는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12년 11월에 출범한 시진핑 체제가 '평화 발전' 및 평화롭고 안정적인 대외 환경의 조성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를 하고 있는 동시에,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위상과 국익의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선제적·집중적' 입장 표명, 아세안(ASEAN)에 대한 강온 전략,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아프리카 및 남미에 대한 외교 공세 등 다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외교 정책은 강온 양면성 혹은 이중성의 지속을 의미하는데, 향후 핵심 이익에 대한 강경함과 경제 외교에 대한 온건함이 보다 정교하고 강력하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논쟁도 북한의 비핵화를 '관리'하고 한국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사드 이슈가 불거진 것은 여러모로 불행한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한중 수교 24주년을 맞는 시점을 중국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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