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의 공군 기지를 사용해 시리아 반군을 폭격했다. 이란이 외국에 공군 기지를 개방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동 정세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Su-34, TU-22M3 폭격기들이 이란 서부 하메단 기지에서 이륙해 알레포, 데이르 에조르, 이들리브주 이슬람국가(IS)와 자바트 알누스라 테러 집단에 대한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지해 온 공통점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이 한시적으로나마 외국 군의 군사 작전에 자국 영토를 빌려준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반군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이래 전투기들을 러시아와 시리아 기지에서 출격시켜왔다.
군사 작전의 측면에서 러시아가 이란 기지를 활용할 경우 비행 시간 단축과 무기 탑재력 강화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란 기지 사용은 단순한 군사적 의미를 넘어선다. 러시아가 이란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중동 정세의 적극적 개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파와즈 게르게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원 국제관계학 교수는 "러시아가 이란 공군기지를 사용했다는 것은 러시아와 중동관계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라며 "이번 일은 미국과 지역 강대국들에게 러시아가 이 곳에 머물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등 중동 문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한편, 러시아 측으로부터 공습 통보를 받은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놀랍거나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며 "매우 복잡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기지를 활용한 이번 공습이 미군과 협력하는 온건 반군을 겨냥한 것이었다며 기지 차용이 일회적인지 계속 이어질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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