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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르도안 '맞잡은 손', 미국·EU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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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르도안 '맞잡은 손', 미국·EU 긴장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중동 및 유럽 정세 변화 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악화됐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는 등 양국 관계를 전면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의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관계 복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러시아는 그러한 일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폭기 피격 사건 이후 터키에 취한 경제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해 나갈 것"이라며 "터키로의 전세기 운항을 조만간 재개하고 러시아 내 터키 기업 및 터키인들의 노동활동에 대한 제한도 가까운 시일 내에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자국민의 터키 관광과 터키 농산물 수입을 금지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위기 이전 수준은 물론 그보다 더 진전된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길 원하며 터키는 이를 위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투자비만 200억 달러에 이르는 터키 내 원자력 발전 건설사업을 재개하는 한편 양국의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도 다시 재개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 회복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과 서방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및 유럽의 난민 문제 등 중동과 유럽 정세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얼어 붙었다. 가뜩이나 터키는 IS 격퇴전을 둘러싸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며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대립각을 그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 전폭기 격추에 대한 사과 서한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맞은 뒤 지난달 터키의 군부 쿠데타 진압 직후 푸틴 대통령이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터키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반전을 완성했다.

시리아와 접경국이자 유럽과 중동을 잇는 관문에 자리 잡은 터키의 친러시아 행보는 미국과 서방에게는 지역 정세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건이다.

쿠데타 주동자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 문제로 미국과 대립각을 긋고 있는 터키가 러시아와 손을 잡을 경우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영향력을 넓히는데 유리해진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를 우군으로 돌림으로써 동유럽에 일고 있는 신냉전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에 맞설 교두보를 구축하는 효과도 얻게 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우리가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에 한참 멀리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동의 목적이 있다. 이 위기는 해결돼야만 한다"고 밝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완전한 일치 단계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터키를 거점으로 IS 격퇴전을 치러온 미국과 서방으로서는 전략적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오는 24일 터키를 방문해 터키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다.

러시아와 터키의 밀월은 유럽연합(EU)의 난민 문제를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시킬 수도 있다.

오메르 첼리크 터키 EU담당 장관은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EU-터키 난민 송환협정 때 약속한 터키인의 EU 무비자 혜택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터키도 난민들을 받기로 한 협정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EU와의 난민 문제 공조 체제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뜻이다.

터키는 유럽이 약속한 혜택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송환 난민 수용, 난민 브로커 섬멸 등의 의무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체결된 난민 송환 협정은 그리스에 도착하는 난민을 터키로 돌려보내고 터키 수용소 난민을 송환자만큼 선착순으로 EU 회원국에 배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을 통해 터키는 경제적 지원과 EU 비자 요건 완화를 약속받았다.

터키가 난민 정책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EU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협정 체결 후 터키 에게해를 거쳐 그리스에 도착하는 난민 수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터키가 빗장을 풀 경우 EU는 난민 문제에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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