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생방송 마이크를 잡은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이후 대화)'가 뒤늦게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로 등장한 한 시민패널이 올해 5월까지 국토해양부 전문위원으로 근무한 SH공사 직원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장 모 씨'는 국토부 파견나갔던 SH공사 직원
의혹은 한 네티즌을 통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네티즌은 당시 '대화'에서 자막을 통해 '자영업자'로 소개된 장 모 씨의 이름과 생김새, 말투가 국토해양부의 한 전문위원가 똑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을 '국토해양부 전문위원'이라고 소개하는 과거 동영상, 그리고 실명이 명시된 국토부 문서자료도 함께 올렸다. 결국 패널과 질의응답을 공무원과 미리 맞춘 일종의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느냐 것.
<프레시안>의 취재 결과 이 두 인물은 동일한 인물임이 확인됐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장 씨가 국토부에서 전문위워으로 근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SH공사에서 파견나와 있던 것으로 공무원은 아니다"라며 "게다가 올해 5월 파견기간이 끝나 SH공사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SH공사 측도 "장 씨는 현재 SH공사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결국 국토부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던, 또 준공무원이나 다름없는 SH공사 직원이 '대화'에서는 '자영업자'로 둔갑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패널선정 문제는 전적으로 주무 방송사인 KBS 권한이므로 KBS 측에 확인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장 씨가 누군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도 KBS 측에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 씨가 당시 생방송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패널 조작설'을 일축했다.
장 씨는 당시 '대화'에서 "높은 지지도를 가지고 시작한 국정운영은 임기 초반 그러한 리더십은 발휘되지 못하고 오히려 한반도 대운하,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높던 지지도는 1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지지도 하락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었다.
한편 논란이 일자 KBS 측은 자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KBS 김찬태 PD는 "애초에 모집 데이터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는지, 단순한 자막 오기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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