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위원장은 리우 올림픽 준비에 대한 비난이 들끓을 때마다 "브라질 정부와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준비가 차질없이 잘되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개막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올림픽 준비는 언제나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다"는 말을 해 리우 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시인했다.
브라질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는 지난 4년 동안 치안과 교통 체증, 부실 건설 문제 등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IOC와 바흐 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리우 올림픽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 세계에 공언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실체가 드러났고, 이들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됐다. 브라질 정부와 조직위가 올림픽 준비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IOC와 바흐 위원장이 이를 더 큰 거짓말로 부풀린 셈이다.
일련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토다 에리카 주연의 일본 영화 <거짓말은 자란다(April Fools)>(이시카와 준이치 감독, 2015년)가 떠올랐다. 등장인물들은 거짓말이 허락되는 유일한 날인 만우절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대형 사건에 휘말린다.
"개막식이 열리는 날 리우 시민들은 모두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날, 리우데자네이루의 에두아르도 파에스 시장이 리우 시민들에게 한 호소다. 리우는 유엔(UN) 세계 관광 기구의 교통 네트워크 지수 평가에서 130개 도시 중 95위를 차지할 만큼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때문에 개최국으로 선정될 때부터 교통 체증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컸다.
브라질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런던 올림픽을 통해 교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올림픽 성공을 위한 최대 관건임을 배웠다"며 "앞으로 4년 동안 교통 체증 문제를 최우선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리우는 심각한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우리나라 버스 전용차선처럼 '올림픽 레인'이라는 차선을 만들어, 기존 도로 중 한 차선을 비워둔 것이 전부다. 심지어 런던 올림픽 때 런던시가 시행한 차량 2부제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런던 올림픽을 통해 배웠다는 교통 시스템의 효율성도 거짓말이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선수촌이다."
바흐 위원장의 말이다. 선수촌은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때문에 브라질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는 최근까지도 '올림픽 선수촌이 리우의 자랑과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최고급 호텔 수준으로 지었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입촌을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이 역시 전 세계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호주 대표 선수단은 200여 개의 선수촌 문제점을 지적하며 숙소를 인근 호텔로 옮겼고,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단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아파트를 빌렸다. 심지어 브라질 선수단마저 "선수촌 보수를 끝낼 때까지 입촌하지 않겠다"며 근처 호텔에 머무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영화 <거짓말은 자란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로 보는 내내 정신없지만,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와 IOC가 보여준 지난 4년간의 현실은 영화와 달리, 씁쓸함만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올림픽 역사상 가장 무질서하고 가장 우려스러운 대회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브라질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 그리고 IOC와 바흐 위원장의 거짓말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전 세계인들은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즐기기보다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아울러 거짓말이 꼬리를 물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난 영화 <거짓말은 자란다>처럼 리우 올림픽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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