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계열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수 금액은 30억 달러(약 3조3540억 원)로 추정된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지난 1919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돼 1967년 피아트 그룹에 인수됐다. 세계 30위권 규모다.
삼성은 아직 이런 보도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수합병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선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의 태도는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블룸버그> 보도를 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자동차 전장 사업은 생명공학(바이오) 분야와 함께 삼성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안에 자동차 전장 사업 팀을 만들었고, 올해 초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태스크포스 팀(TFT)을 꾸렸다. 과거 삼성자동차에서 일했던 박종환 삼성전자 부사장이 자동차 전장 사업을 지휘한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당시 경험을 지닌 임원이 삼성 안에서 소수인데, 박 부사장이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자동차 전장 사업은 이미 국내외 대기업이 대거 참여한 상태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이 먼저 진출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 GM에 차세대 전기차 구동 모터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역시 이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따라서 후발 주자인 삼성은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리라는 관측이 진작부터 나왔었다.
자동차 전장 사업은 대표적인 B2B(Business to Business) 업종이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게 아니다. 기존 완성차 업계와 거래한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힘든 이유다. 삼성이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한다면, 이 회사의 영업망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수조 원대 인수합병은 총수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 회사 엑소르(Exor)사의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계열사 인수 검토 보도가 나온 배경에는 이런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삼성 입장에선 당연한 움직임이라는 게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전자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 뛰어드는 건 자연스럽다. 후발 주자 입장에선 기존 업체 인수가 당연한 수순이다.
나머지 반응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다. 주가 측면에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블룸버그> 보도 이후,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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