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핵발전소와 관련하여 충격적인 사건 두 가지가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허가를 승인했고, 그 며칠 후 울산과 부산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 9명의 위원 가운데, 건설허가에 반대표를 던진 2명 중 한 명인 김익중 위원으로부터 핵발전소의 지진 안정성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허가가 난 지역인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곳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지진이 오던 순간 핵발전소를 떠올렸고, 또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를 떠올렸다. 많은 사람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과정에서 지진 문제가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허가의 심사과정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 1단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핵발전소 건설의 안전성에 대한 서류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접수한다. 2단계, 원안위에서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이 서류에 대한 검토를 의뢰한다. 3단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토가 끝나면 원안위에서 심의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 반드시 지진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야 하고, 실제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 평가의 수준이다.
핵발전소 주변 지질 조사 자료부터 불충분
지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질학이 발달해야 한다. 과거에 지진이 발생했던 근거자료 즉, 역사책에 기록된 자료와 현재 남아 있는 단층 등에 대한 자료, 그리고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 현황을 포함한 전 지구적 지각변동 자료 등에 대한 검토가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조사가 그리 충분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이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역시 핵발전소 주변에 대한 지질
조사 자료인데, 이 자료 자체가 불충분하다.
예를 한 가지만 들어 보자. 현재 한국에서는 지질에 대한 조사, 특히 지진이 일어났던 장소인 단층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핵발전소가 많은 경주, 울산, 부산 등지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조사를 할 때마다 새로운 단층이 발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핵발전소 주변의 단층에 대한 조사가 아직도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즉, 조사를 더 열심히 하면 새로운 단층이 얼마든지 더 발견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또한 핵발전소를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짓는데,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육지 쪽은 그나마 단층 조사가 일부 이루어졌지만 바닷속은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령 육지 쪽 조사가 완벽하다고 가정해도, 핵발전소 주변의 절반인 바다 쪽은 조사가 안 되어 있으니 50%만 조사되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이 단층에 대한 해석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 핵산업계에서는 보통 지질학계에서 사용하는 '활성단층'의 개념 대신 그보다 더 엄격한 의미의 '활동성 단층'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들은 현재 핵발전소 주변에서 발견된 많은 활성단층들이 '활동성 단층'이 아니므로,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동안 핵발전소의 안전과 지진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지진에 대해서 무지한지 새삼 여러 차례 깨달았다.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정말로 모른다. 살아오면서 "내일 지진이 예상됩니다"라는 일기예보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지진의 시점뿐 아니라, 규모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일본 후쿠시마 근처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오리라고 미리 안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핵발전소의 안전성 평가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다. 객관적인 자료는 부족하고 모두 예측성 주장만 서로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서 핵발전소가 지진에 대해서 안전하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위험하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지진에 대한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가 정답인 상황인 것이다.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관한 토론을 살펴보면 핵산업계에서는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탈핵 시민사회에서는 "안전하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하기 마련이라서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것은 핵산업계에서 단층에 관한 조사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핵산업계에서 지진에 대한 안전성 입증을 위해서 단층 조사를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지만, 예산 등을 핑계로 대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단층 조사 결과 새로운 단층들이 많이 발견되면 자신들만 곤란해진다는 계산이 깔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주민 의견 수용하고 정보 공개해야
지진과 핵발전소의 안전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이렇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답을 줄 만한 구체적·학술적 증거는 부족하고 이러한 학술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핵산업계의 노력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핵발전소 안전에서 지진에 관한 논의를 모두 무의미하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현재까지 분명하게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판단할 만한 근거들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규모 7.0이 넘는 지진이 오면 한국의 핵발전소는 모두 견디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핵산업계이건 탈핵 시민사회 측이건 간에 이것만큼은 이견이 없다. 핵산업계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오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 믿음의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선 지적할 점은,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이라서 더이상 핵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원안위에서 위원들의 질의·응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표결이 강행되었다. 다수 호기 안전성 문제 등 수많은 미확인 사항들을 남긴 채 표결이 강행되었다. 마지막으로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면 피해를 볼 당사자인 지역 주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핵발전소 건설이나 수명 연장, 폐쇄 등의 의사 결정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법적 통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핵발전소 관련 의사 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구조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 의견 수용과 더불어 정보 공개의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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