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무더운 제주. 이른 아침부터 노란색 상의를 입은 사람들이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상의에는 '평화야 고치글라'란 글자가 적혀있었다. 올해 강정생명평화대행진 구호다.
1일 오전 8시30분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시작됐다.
올해 사전 참가자는 약 600명. 당일 현장 참가자를 합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첫날에는 약 2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행진에 앞서 인간 띠잇기 행사를 가졌다. 지난 2013년부터 매일 진행되는 인간 띠잇기 행사와 조금 다르게 참가자들은 해군기지 초소 앞까지 짧은 행진을 했다.
초소 입구는 헌병 등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노란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헌병초소 앞을 지나며 "구상권 철회하라" "강정에 평화" 등을 외쳤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어린이를 비롯해 청소년, 청년,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했다. 또 도내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해 진보정당, 종교계, 쌍용차 노조 등도 참가했다.
푸른 눈의 참가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하와이와 오키나와 등 강정마을처럼 군사기지 갈등을 겪고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도 제주 강정마을가지 찾아왔다.
참가자들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5박6일 일정으로 제주 곳곳을 거닐 예정이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넘어 생명평화의 가치를 담은 마을로 다시 태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고, 강정마을 구럼비 앞바다에 군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군복을 입은 장병들과 마을에서 마주치고 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해군은 해군기지 완공 뒤 건설 반대를 외쳤던 주민 등 121명에게 구상권 약 34억원을 청구했다. 구상권이 철회되지 않으면 강정마을의 갈등을 더 깊어질 것"이라며 "이기는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9년간 지속됐다. 매년 여름 강정에 모이던 뜨거운 연대의 발걸음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넘어 생명평화 가치를 담은 마을로 다시 태어 날 것"이라며 "평화를 지키고, 진실을 알리는 길에 마음을 모아달라. 평화를 위해 함께 걷자"고 '생명평화운동'에의 동참을 호소했다.
조경철 생명평화대행진 총단장(강정마을회장)은 "고치 글게마씨(같이 갑시다)"라고 크게 외쳤다.
조 회장은 "해군기지 건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해군은 국민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런 국가가 어디있나. 이런 불합리함을 알리기 위해 고치 글게마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진은 홍기룡 제주군사기지 반대 범대위원장이 단장을 맡아 서귀포시내, 효돈, 위미, 남원, 표선, 신산, 성산, 하도리, 구좌, 함덕, 조천을 걷는 일정이다.
서진은 강동균 전 마을회장의 인솔로 중문, 안덕, 대정, 한경, 금능, 한림, 곽지, 애월, 하귀, 신제주를 지난다.
동진과 서진은 오는 6일 제주시 탑동에서 조우할 예정이다. 탑동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평화야 고치글라' 생명평화문화제를 끝으로 올해 생명평화대행진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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