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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등장에 분위기 절정, 힐러리의 숙제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참관기] ② '체인지 메이커' 될 수 있나?

"힐러리, 역사적인 후보 선출"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 많은 주류 언론들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주요정당 첫 대통령 후보로 힐러리가 선출된 데 대해 일제히 뽑은 1면 제목이다. 전당대회 2일 차인 7월 26일 대의원 호명투표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모든 투표가 종료되고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로 선출됐다"고 공표하는 성의를 보였다.

세계 최강대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여성이 선출된 것은 가장 큰 유리천장을 부순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장에서 그에 상응하는 흥분과 감동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첫날 미셸 오바마와 샌더스의 연설이 너무 강력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겠으나 힐러리의 식상함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힐러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힐러리는 경선기간 내내 워싱턴 주류 정치의 상징으로 '변화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 이미 20여년 전에 대통령 부인으로 백악관 생활을 하고, 이런저런 추문에도 연루되어 미국인들의 호감도가 낮은 힐러리는 변화의 열망 앞에 경선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다.

▲ 전당대회에서의 오바마와 힐러리. ⓒAP=연합뉴스

이 때문인지, 힐러리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날 밤의 전당대회에서 연설자들은 힐러리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선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둘째날 연설의 하이라이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CHANGE MAKER"라는 글자가 새겨진 손 피켓이 대의원들과 참가자들에게 배포됐다. 이 날 연설의 주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빌 클린턴은 만남과 결혼으로 지난 40여 년간 옆에서 지켜 본 힐러리의 삶과 그가 추구하고 실현해 온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원이었던 아내가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민주당원이 된 스스로의 변화부터 아동 인권과 교육, 건강보험, 여성인권에 헌신해 온 인생 여정을 소개하고, 스스로 남녀 차별에 맞서 진취적인 삶을 개척해 온 힐러리가 진정 변화를 만들어내는 지도자라는 점을 역설했다. 장내는 클린턴의 연설에 맞춰 "CHANGE MAKER"라는 피켓이 물결 쳤다.

빌 클린턴이 "변화의 선도자"로 연설의 초점을 맞춘 것은 힐러리가 '변화의 대상'으로 미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고,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 지점이 되는 것에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겠으나, 얼마나 극복하고 돌파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생겼다.

올해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경선을 지배한 정서는 워싱턴 주류 정치에 대한 임계점에 달한 염증과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단기필마로 경선에 나서 처음의 예상을 깨고 마지막까지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에 힘입은 바 크다. 도널드 트럼프 또한 그런 정서와 불만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할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 이전에 민심을 다독이지 못한 워싱턴과 공화당 주류에 대한 불만이 성공적인 전복으로 탄생시킨 후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이 점을 집중 활용해 힐러리는 교체, 변화의 대상이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공격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이에 공감할 것이다. 힐러리 캠프와 민주당은 그 점이 바로 힐러리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것을 알기에 힐러리가 정의와 인권, 평등을 위해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바꿔 온 정치인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오래되고, 노회하고, 인간미 없고, 기존의 정치질서의 상징으로 미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힐러리의 상황을 얼마나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미국인들은 "CHANGE MAKER"라는 구호를 힐러리의 제발 저린 외침으로 인식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펼쳐질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격과 이에 대한 힐러리의 반격은 흥미로운 관전 지점일 것이다. 트럼프 또한 정치신인이라 할지라도 닳고 닳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은 이를 서로 공격하는 역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전망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빌 클린턴과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같은 힐러리의 가족, 동료들이 다음 세대를 밀어주는 역할이 아니라 20년이 지나 다시 자신들의 세상을 만드는 역할로 등장한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빌 클린턴은 민주당원이 사랑하는 대통령이지만, 첫날의 열기만큼 전당대회장은 달아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빌 클린턴의 연설 중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보였다.

▲ 오바마를 연호하는 민주당원들. ⓒ권오재

조금은 가라앉은 전당대회는 3일째, 다시 최고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세우는 것을 겨냥해 "미국은 이미 위대하고 강하다"고 단언하고, "힐러리는 나와 빌보다 더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보증한다"고 힐러리 띄우기에 나섰다.

이 날은 앞서 이틀보다 약 4시간이나 빨리 전당대회장에 갔다. 그런데도 빈자리는 더 적어서 애를 먹었다.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찬 사람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오바마를 기다렸다. 의료보험 개혁, 이란 핵협상 타결, 동성결혼 합법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등 치적을 정리한 영상이 상영된 후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한참을 당원들의 환호에 답례를 해야했다. 연임을 거친 임기말에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가진 대통령의 인기가 느껴졌다. 오바마는 전당대회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또한 버니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정치인 답게 샌더스 의원을 격려하는 말도 빼놓지 않아 전당대회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전히 젊고, 에너지 넘치는 현직 대통령의 연설은 이제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연설의 내용은 자신의 치적, 힐러리에 대한 지지, 트럼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었다. 2008년 그의 선거 구호였던 "YES, WE CAN"이 적힌 손 피켓이 그의 연설 도중 넘실거릴 때는 지금이 2008년인지, 2016년인지 조차 헷갈렸다. 부통령인 조 바이든도 오바마에 못지않은 환호를 받았다. 연설 막바지 지난 8년간의 집권에 대해 "THANK YOU" 손 피켓으로 당원들의 환송 세레머니가 있은 후에야 오바마가 이젠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라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 '갈참'인 말년 병장 오바마가 뒷방이 아니라 여전한 환호와 인기몰이로 조금은 가라앉은 전당대회를 최고의 절정으로 살려냈다. 물러나야할 현직 대통령이, 후임으로 등장할 차기 후보보다 더 새로운 느낌을 주고, 변화를 이끌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힐러리가 처한 어려움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절정의 순간에 힐러리가 깜짝 등장, 전당대회 장의 열기를 흡수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전당대회장에 안착했다.

한편, 다른 연설자들은 힐러리는 믿을만한 사람이고 트럼프는 믿지못할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힘썼다.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팀 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능력과 구체적인 정책은 없이 무턱대고 "나만 믿으라"고 말하는 허풍쟁이라는 점을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고, 총기사고 희생자 가족,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과 퇴역 군인 등이 총기규제와 안보문제에 있어 힐러리가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원이 아니면서 연단에 등장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나는 트럼프처럼 많은 유산 없이 자수성가 했다"며 트럼프의 부가 그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수많은 파산 기록을 남긴 무능력과 비도덕적이고 위선적인 후보를 막기 위해 단결해 힐러리에게 투표하자"고 밝혀 힐러리가 중도, 보수층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였다.

힐러리의 후보 선출부터 오바마의 연설까지, 힐러리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임을 보여주고 '옛것'이 아니라 '새것'임을 증명해야하는 어려운 과제와 도전해 직면해 있음을 볼 수 있었고,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한 대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당대회 참관 중인 필자 ⓒ권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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