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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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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헷갈리네'

재개발·재건축도 '그때그때 달라요'…시장 불신 가중

이명박 대통령의 '재건축·재개발' 발언을 두고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조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나서겠다는 의지를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현재까지 밝혀 온 언급을 정리해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무분별한 재건축에 제동을"→"재건축 활성화로 일자리 확대"

이 대통령이 2일 밝힌 '재건축·재개발' 문제는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기간,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경기부양은 이 대통령의 지론이었다. 대선후보 시절 정책공약집인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에도 '도심 재개발을 통한 주택 50만 호 공급'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지난 2003년 2월 도심 재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재건축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한 바 있다"며 "하지만 최근 재건축 시장이 투기시장화 되면서 시가 무분별한 재건축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재개발'과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일자리 확대를 연결지은 최근의 발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이 대통령은 "재건축이 개인에게는 주거면적 확대와 재산가치 증식이란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자원 등 엄청난 경제적 낭비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주택공급 위해 용적률 높여야"→"용적률, 왜 이렇게 높나"
▲ 지난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 이날 이 대통령은 직접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론'을 제기했다. ⓒ청와대

재개발·재건축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용적률 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의 입장은 '조변석개(朝變夕改)'해 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해 9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한가운데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하고 용적률을 조금 높여주면 신도시 몇 개 만드는 것보다 낫다"면서 "잠깐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물량이 늘어나면 결국 집값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용적률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조치를 일종의 '규제'로 보고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코 앞에 닥치가 이 대통령은 말을 바꾼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에너지위원회 제3차회의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에너지 절약은 일본이 제대로 한다"며 "건물과 아파트를 짓는데 일본은 층고(層高)가 계속 낮아지는데 우리는 갈수록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자체 건물에 가보면 1층 로비가 뻥 뚫려 있고, 특히 공관같은 곳이 문제"라면서 "우리는 그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안정적 주택공급을 위해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불과 1년 만에 "용적률이 왜 이렇게 높냐"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분양원가는 영업비밀 아니다"→"분양원가 공개 못 한다"

분양원가 공개문제도 이 대통령이 말을 바꾼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03년 12월 이 대통령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분양원가는 더 이상 영업비밀이 아니다"며 "앞으로 서울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는 모두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아파트값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데 한계가 있다"며 "분양원가를 밝히면 건설회사들이 적절한 가격으로 분양하도록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당시 상암지구 등 서울도시개발공사가 개발한 일부 지구에서는 실제 분양가 원가공개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선기간 모든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원가공개'를 공약으로 내 걸었음에도 이 대통령은 유독 원가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분양원가는 더 이상 영업비밀이 아니다"는 서울시장 재임시절의 소신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렸다.

실제 새 정부 출범이후인 지난 3월 대한주택공사는 기다렸다는 듯 분양원가 전면공개 유보 방침을 밝혔다. 주공 측은 "아파트 원가 공개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전면 공개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후손을 위해 보존"→"임기 내 조기개발"

서울시장 재직시절에는 구체적인 개발사업을 두고도 말바꾸기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당시 서울시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 개발의 시대는 끝났고, 나는 역사에 환경시장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며 "마곡 지구는 공공임대 주택을 일부 짓는 것 말고는 후손들을 위해 그대로 남겨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 66만1000㎡에 이르는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불리던 지역.

그는 "후손들도 자기들 뜻대로 이용할 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며 "앞으로 빈 땅이 나오면 모두 녹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서울시는 마곡지구에 대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가능하면 임기 내 조기 개발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구체적인 지명까지 거론하면서 나온 '개발유보론'이 100여 일만에 '조기개발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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