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성당에 침입해 86세 노신부를 살해한 범인 중 1명은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19세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수아 몰랭스 파리 검사장은 테러범 2명 중 1명인 아델 케르미슈는 올해 19세이며 과거에 두 차례 시리아로 들어가려다 적발돼 전자발찌로 감시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26일(현지시각) 오전 9시 43분께 프랑스 북부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IS 조직원 2명이 난입, 미사 중인 자크 아멜 신부 등 5명을 인질로 잡고 위협하다 아멜 신부의 목을 흉기로 그어 살해했다.
케르미슈는 지난해 형과 사촌의 신분증으로 시리아 입국을 시도하다 독일, 터키에서 체포돼 송환됐으며, 프랑스 당국은 그를 국가안보·테러 관련 요주의 인물 등급인 S등급으로 분류해 전자발찌를 채워 관리해왔다.
그러나 그는 범행 당일인 26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외출을 허용 받고 전자발찌가 비활성화된 틈을 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 성당을 빠져 나온 이들은 먼저 빠져 나온 수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사살됐다.
IS 선전매체인 '아마크'는 인질극이 일어나자마자 IS 전사들이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테러범들이 IS의 직접적인 지령을 받았는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살해한 점에서 종교 전쟁을 노린 범행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당에 침입한 이들은 아멜 신부를 강제로 무릎 꿇리고 제단에 올라가 아랍어로 설교를 했으며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을 없애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로 잡혔던 다니엘 수녀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이 신부 자리에 서서 아랍어로 얘기하기 시작했다"며 "그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당신 기독교인들, 당신들이 우리를 없애고 있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다니엘 수녀는 "성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멈춰라. 당신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테러범들은 중단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강제로 아멜 신부의 무릎을 꿇게 했다. 신부가 방어하려는 동작을 취하자 그때부터 공포스러운 일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다니엘 수녀는 "그들은 제단에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며 설교하는 흉내를 냈다. 엄청나게 끔찍한 일이었다"며 "아멜 신부는 제단 끝에 있었고, 테러범들에게 눌려 무릎을 꿇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테러범 오른손에 들린 흉기를 봤을 때 무언가가 곧 일어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결국 테러범들은 신부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으며, 이 때 다니엘 수녀는 성당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터무니없는 폭력에 고통스러워하고 경악했으며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신성한 장소인 성당에서 사제가 살해되는 끔찍한 폭력이 저질러졌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며 "최근 일어난 사건에 더해 커다란 고통과 함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테러를 벌여온 IS는 그동안 성당 등 종교 시설도 타깃으로 지목해 왔다. 작년 4월엔 IS와 연계된 알제리 출신 학생이 파리 인근 한 성당에서 테러를 저지르려다 경찰에 붙잡힌 적이 있다. 또한 IS는 그간 인터넷과 각종 선전물을 이용해 국제동맹군을 '십자군 동맹'이라고 주장해 왔다.
니스 트럭 테러가 일어난 지 12일 만에, 가톨릭 사제까지 IS 테러의 표적이 되면서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공포와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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