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물가, 국제수지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외채 문제와 환율 문제는 표리 관계여서 환율 상승압력이 당분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가적 환율 악화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경제정책포럼'이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금융시장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은 상당기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자 애썼다.
그는 "지금 외환이 수요초과이기는 하지만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에 전혀 안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빌려준다. 단지 이자가 비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별히 한국만 나빠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금융계 전체가 수축되는 것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줄어들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돈을 빼내는 그런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전지구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외화유동성의 경우 한국만 특별히 나빠 문제가 있으면 정말 큰일이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가 어려워서 우리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것을 봐서 한 두 달 안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갈 것이고 어려운 과정은 예상되지만 97년과 같은 상황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것이 지금까지 판단"이라며 위기설을 부인했다.
이 총재는 이날 낮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리는 거시경제정책협의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는 환율 급등 및 주식시장 급락 등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당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시장안정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한은은 8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432억 달러로 전 월말에 비해 43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