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데비 와서먼 슐츠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DNC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유리하도록 경선을 편파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따른 조치다. 전당대회 의장인 DNC 위원장의 사퇴로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 전부터 찬물을 뒤집어썼다.
DNC는 "투표를 통해 슐츠 의원의 전당대회 의장직을 박탈하고 마르시아 퍼지 하원의원을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슐츠의 전당대회 연설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이에 앞선 22일 세계적인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DNC 고위인사 7명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고받은 이메일 2만여 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주류 인사들로 구성된 DNC가 후보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편파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메일에는 "샌더스가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한 말을 들었는데 그러면 우리 사람들과 선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의원 측은 이메일 공개 후 "DNC가 편파적으로 경선을 관리해 온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다"며 슐츠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해왔다.
샌더스는 "내 캠페인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DNC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슬프고 분하다"며 "DNC는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샌더스는 그러나 경선 결과에 불복하거나 클린턴에 대한 지지선언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내 인생 최악의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무찌르는 것"이라며 "내 지지자 대부분이 트럼프를 반드시 격퇴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샌더스 지지자들은 들끓고 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에는 샌더스 지지자 1000여 명이 모여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클리블랜드에서 벌어진 트럼프 반대 시위보다 큰 규모다.
샌더스 지지자들의 분노는 클린턴에게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 자신이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되는 전당대회를 통해 승기를 잡아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클린턴 측은 샌더스 측의 사회정책 의제를 당의 정강정책에 일부 반영해 진보 표심을 묶어두려고 했으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크게 번지고 있어 당의 단합도 요원해 보인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지만 편향된 언론은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만 얘기한다"고 민주당 내분을 파고들었다.
이에 클린턴 캠프는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DNC 전산망을 해킹한 뒤 이메일을 조작해 공개했다며 해킹 논란으로 논점 이동을 시도하고 있지만 파장이 진화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25일로 예정된 샌더스의 연설을 통해 논란이 한풀 꺾이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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