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보다 중요한 사법개혁
어쩌면 사법개혁, 특히 법원개혁은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법원의 업무는 모든 국민의 실생활에 일거수일투족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일반 국민에게 사법부는 사회 정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부정적 이미지로 상징되는 사법 현실, 정치권력에 예속되고 전관예우와 특정 이념에 편향된 법원의 모습에서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신뢰란 근본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법관 수를 늘려 국민 권리 구제 기능을 강화해야
지난 2014년 한해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만 총 3만7652건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대법관 신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은 사실상 12명에 불과하며, 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2014년에 대법관 1명이 처리한 사건 수는 3183건이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하루에 12.2건을 처리한 셈이다.
우리나라 대법관 수는 총 16명이었던 1970년대보다 오히려 그 수가 줄었다. 공교롭게도 법률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후퇴를 가져왔던 1981년 "전두환 국보위 시절" 법원조직법의 개정을 통해 대법관 수도 축소되었다.
고도의 복잡화와 전문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에서 우리 "법원의 정상화"는 우선 대법관의 대폭 증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는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자명한 시대적 요청이다. 어떻게 12명의 대법관이 전통적 민·형사 분야를 넘어 행정, 재정, 사회, 노동, 특허 등 제 분야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조금만 고민해도 상식적인 답이 나오는 사안이다.
독일에서 민사와 형사에 관한 상고심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대법원은 2014년 현재 12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별도의 최고법원으로 구성된 행정, 재정, 사회, 노동 등 다른 분야를 합하면 대법관 수는 300명을 넘어선다. 프랑스의 경우, 행정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최고법원인 파기원은 12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과 일본에는 헌법재판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 심판 등 헌법재판소 기능을 같이 수행함에 따라 "법령해석 통일의 기능"이 가장 강조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존재하는 국가의 경우 대법원은 다수의 전문적 대법관에 의한 "권리구제의 기능"이 강조된다.
대법관 증원,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들의 상징적 권위를 위하여 현재 대법관 증원을 반대하는 대법원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를 기대하기는 난망이지만, 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 된다. 법원조직법 제4조 제2항은 "대법관의 수는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4명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 조항을 삭제하거나 20명, 30명 등 증원 목표 숫자로 대체하면 된다.
야당, 청문회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이뤄내야
최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에게 4명의 후보를 추천하였다. 그런데 4명의 후보 모두 판사 출신이다. 현재의 직업이 교수 혹은 변호사인 경우도 있으나, "한번 판사는 영원히 판사"라는 많은 사람들의 지적처럼 판사 출신의 판사집단(법원)에의 소속감이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간 대법관 출신은 거의 대부분 판사 출신이 독점해왔고, 이 때문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그러므로 그간 판사 출신이 거의 독점해온 역사에 비추어 여기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대법관 구성에 관하여 구속력 있는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여 이를 관행화 하거나 "한시적 규정으로라도" 직역 배분을 법적으로 규율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때마침 의회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이 이와 관련하여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무엇인가 보여줄 때가 되었다. 국민의 권리 구제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법원 구성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특히 다가올 대법관 청문회 과정을 통하여 사법 개혁을 열망하는 민의를 충실히 대변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 보수 편향 대법원 바꾸자…다음 대통령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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