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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증' 기적의 화상 치료제, '물약'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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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증' 기적의 화상 치료제, '물약'이라면…

[기고] 제2의 황우석 사건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보통 사회운동 하는 집단이 가치를 내세워 투쟁하면 총론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각론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패하기 십상이다. 권력과 돈을 가진 집단이 힘의 균형에서 밀리거나 시끄럽다 싶으면 슬쩍 시행령, 시행규칙에 손을 대서 장난질을 치고, 그것도 여의치 않다 싶으면 령이나 고시에 손을 대기 때문이다. 더 세부적으로는 각종 서식과 양식 그리고 내부 규정을 바꿔서라도 애초에 법이 지향하고자 했던 가치를 퇴색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권력이 됐든 돈이 됐든 탐욕은 이토록 집요하고 구체적이다.

이렇게 매번 싸움에서 지는 이유는 우리들이 상대만큼 집요하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분야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전문적이고 구체적이기에 더 어려워진다. 특히 제약이나 의료 기술과 같은 분야는 그중에서도 더 쉽지 않은 분야다. 같은 분야이지만 차라리 치료 재료나 의료 기기는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좀 나은 편이다. 그것 역시 쉽지 않긴 하지만.

최근 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약재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운영과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바가 있다. 지난 6월 16일 이 약평위 회의에서 화상 환자에게 쓰이는 세포 치료제 '케라힐-알로'를 심사하여 가격과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세포 치료제 케라힐-알로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보면서 심평원의 약평위가 정말 제대로 심사와 평가를 했는지 더 많은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파악된 것만으로도 심사 평가를 담당해야 할 심평원의 잘못은 여럿이다. △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해당 제약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아무런 의심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기본이고, △ 이를 국회 질의에도 그대로 보고했을 뿐만 아니라 △ 약재와 관련한 매우 기초적인 자료조차 확인하지 않고 심사와 평가의 원칙을 무시한 채 급여 여부와 약가를 결정했다.

물론 심평원은 아직 보건복지부 보고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통과 그리고 최종 고시가 남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보통 이렇게 위원회를 통과한 건이 고시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통과되었던 기존의 통례로 보면 이 건 역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무사통과되어 그냥 고시가 될 건이었다.

나는 지난주 심평원의 해당 실무 부서의 실장과 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만났다. 그리고 이왕 만난 김에 분명히 이야기한 것은 "이제 심평원에서 이 건을 재심의 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아예 허가를 취소시켜야 하는 게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내가 이렇게 확신을 넘어 광분(?)하는 이유는 이놈의 촉에 뭔가가 자꾸 확연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에 이런 느낌을 가졌던 때가 있었는데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때와 대한적십자사가 불량 혈액을 유통한 자료를 접했을 때였다. 처음에야 설마 했던 것이 자꾸 뒤집어 볼수록 그리고 더 원자료(raw data)로 내려가서 살펴보면 볼수록 그 촉이 그냥 느낌이 아니라 자꾸 확신이 되어 갔었던 사건이었다. 이번이 꼭 그러한 것이다.

아울러 이런 확신은 세포 치료제 전반에 대해, 그리고 줄기 세포니 바이오시밀러니 하면서 아직 변변한 기술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시장에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겠다고 뛰어드는 제약 회사를 보면서 더 굳어진다. (물론 그 가운데 극소수의 기술과 열정이 실재하는 진지한 제약 회사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다 정부는 소위 규제 개혁과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각종 명목 하에 위의 제약과 관련한 임상은 3상 임상을 면제한다거나 약값을 좋게 해준다든가 하는 별 해괴한 발상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심하고 미칠 노릇이다. 오히려 4상 임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3상 임상을 면제해주고 시장에 약을 풀어놓고는 환자의 몸을 그대로 임상자로 활용하고 게다가 국민이 낸 국민건강보험료로 돈까지 받아가라는 꼴이니 말이다.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심사와 허가의 권한을 행사하는 각종 위원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그간 여러 번 이렇게 심사와 허가에 관련한 심평원과 식약처의 위원회를 모두 공개하라고 주장해 왔다. 그 기관들은 위원회 모두를 공개하면 허가와 심사를 해야 할 위원들이 각종의 로비에 휘말릴 수가 있기에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그런 일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해 왔다.

이렇게 위원회를 비공개로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허가-심사 권한을 행사하는 위원회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공익적 관점에 서 있지 못한 위원들을 걸러낼 수 있고 아예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위원회에 올 마음을 갖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적어도 회의록과 회의 자료만이라도 바로바로 공개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약재 심의 건 역시 약재에 대한 심의와 허가(급여와 약가) 권한을 갖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으로 불거진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기가 어려우니 심평원은 이번에도 장난을 쳤다. 내게 공개한 질의서 답변서를 관련 의원실에 서면 보고한 질의서 답변서와 다르게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내가 항의하니 해당 실무자는 "더 정제된 자료를 준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뒤집어 이야기하면 그럼 의원실에는 나보다 정제되지 못한 허접한 자료를 주었다는 이야기다. 비교해서 살펴보니 해당 제약사에서 제공한 자료가 내게 온 답변서에는 없었다. 내가 보니 뒤가 캥길 만한 자료였다. 의원실에서야 그렇게 전문적인 내용을 알리는 없을 테고.

예전에 황우석 사건이 왜 터졌는지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적 사기를 친 사건이 바로 황우석 사건이다. 폐쇄된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건드리면서 과학을 왜곡하고 조작했다. 이를 추종자들이 떠받들고 정부가 돈을 댔다. 그때 정부는 앞으로 그 줄기세포 기술로 한국은 떼돈을 벌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사람들 역시 그것을 믿었다. 하지만 사기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이런 '제2의 황우석 사건'이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지고 터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 케라힐-알로의 사례를 통해서 그 외의 다른 세포 치료제와 줄기세포 그리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모두 뒤집어 볼 작정이다. 사람의 몸에 무언가를 하는 분야는 돈에 미치면 안 되는데 그 시장이 요새 돈에 미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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