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고] "영국은 '분단국', 한국은 '이중분단국'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고] "영국은 '분단국', 한국은 '이중분단국'이다"

영국 보수당 정책문서와 MB의 '영구적 캠페인'

1. 영국은 '분단국'이다

영국 보수당은 자국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비판하며 '분단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주 공개된 보수당의 정책문서는, 극히 잘사는 사람과 극히 못사는 사람이 다같이 늘어나지만 같은 도시 안에 범죄가 판치는 황량한 공공주택과 백만장자 이웃들 사이의 사회적 신분이동이 끊긴 양극화 사회의 암울한 그림이다. 그 문서는 영국을 "분단국"이라 불렀다"(뉴스위크 2008년 8월 13일, "Britain's Great Divide")

보수당의 사회이동성 특별대책반을 이끄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하원의원은 "사회의 최상층을 두고 무슨 짓을 하려 하든 밑바닥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단순한 진리다"라고 말했다. 노파심에 재확인하지만 영국의 노동당이 아닌 보수당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회 이동성은 어느 정도일까? '유리천장'은 사라졌을까?

2. 우리는 '분단국'이다

"2008년 8월 8일은 1989년 11월 9일만큼이나 중요한 날이다. 11월 9일이 냉전 해체의 시작이라면, 8월 8일은 신냉전의 시작이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보좌관 로버트 케이건의 평가다. 8월 8일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와 그루지아의 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지만, 만의 하나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날 밤에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대비 태세를 항상 갖춰야 한다. 이런 각오와 자세를 가져야만 실질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평화도 지킬 수 있다"

이것은 21일 을지훈련 종합상황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단 한 단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훈련 연습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 '정무적 판단'에 기초할 때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남북은 이미 '신냉전' 질서에 자발적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통일지향적 평화프로세스를 공동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봉쇄하고 오로지 미국을 향해서만 열린 자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이러다 '친미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친미경쟁'은 어쩌면 이미 진행 중이다. 분단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냉전적 사고, 신냉전의 시대에 이런 냉전적 사고가 더 강력한 분단구조를 만들어낸다. 지난날 이념대립의 산물이었던 분단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도리어 이명박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념지향적'이고 '냉전지향적'이며 '대결지향적'이다. 분단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3. '이중분단' 대한민국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이미 우리는 영국보다 더한 '분단국'이다.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이중 분단' 대한민국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동안 중산층 관련 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자영업 종사자들의 추락과 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빈곤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KDI, 2008년 6월 25일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국민들의 인식도 똑같다.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전국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전화면접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 계층, 이념, 종교, 남북 등 5대 분야 모두에서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응답보다 '심해졌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국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분야는 빈부 등 계층갈등이었다. 64.9%가 '심해졌다'고 했고 '해소되었다'는 반응은 3.6%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던 층도 '심해졌다'가 53.9%였고, '해소되었다'는 6.4%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행정부는 2009년 예산요구서에서 복지예산의 증가율을 한 자리 수로 책정했다. 이나마 공적연금을 제외하면 소외 및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증가는 1조 원에 머물러 2% 이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이는 전체 예산증가율 7.4%와 비교할 때 대폭 감소한 수치다.(정창수, "감세는 과속 서민복지는 역주행")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역주의도 뛰어넘고, 세대 갈등도 뛰어넘어 새로운 실용주의로 가겠다. 실용주의에는 이념적 마찰이 있을 수 없다"(세계일보 2007년 9월 17일자, <이명박 인터뷰, 국민에 부담 대북 프로젝트 반대>)고 했다.

지금의 이명박 행정부의 정책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조차 '분단고착적'이다. '실용지향적'이라면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적 격차를 줄여나가며, 언제라도 사회적 이동이 순조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정책은 '실용'과는 거리가 멀다.

4. 감세와 부동산, '영구적 캠페인'만 있다

미국 정가에서 흔히 쓰는 '영구적 캠페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정치 리더들이 통치를 위한 최우선 수단으로 대중의 지지 기반을 형성하고 교묘히 조작하기 위해 1년 내내 벌이는 정치활동"을 의미한다. 보수적 견해를 지닌 노먼 J. 오른슈타인과 진보적 입장인 토머스 E. 만이 공동 편찬한 <영구적 캠페인과 그 미래 The Permanent Campaign and Its Future>에서 등장한 용어다.

이를테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전명분이었던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많다'는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747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나라를 선진화시키겠다고 했다. 대운하를 파겠다고 했다. 2008년 내 코스피 지수 3000, 집권 기 중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런데 경제의 모든 지표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민생체감경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감세를 통해 살리겠다고 한다. 아파트 건설경기의 부양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설마 '영구적 캠페인'은 아닐 것이다.

5. '이중분단'을 넘어서야 한다

세계식량계획(WFP)는 한국정부에 6000만 달러어치의 대북인도지원을 '문서를 통해' 공식요청했다. 식물성 기름과 설탕, 콩, 분유 등을 긴급지원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설탕과 분유, 어린아이들의 영양실조를 치유하기 위한 응급식품이다. 그런데 22일 통일부 차관은 '신중론'을 말했다. 부정론이 아닌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 현행 헌법은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헌법적 가치의 기초로 삼고 있다. '좁은 땅, 많은 인구, 집중된 서울'을 헌법 기초자들은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의 정책을 평가하자면 지나친 소유권 중심적 사고,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 국가주도형 경제체제, 토건국가적 사고방식,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 정신적 자유에 대한 간섭주의, 경제적 규제완화 제일주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공익과 공공성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분단고착적 경향을 치유하는 해법이 되지 않을까. 자칫 우리는 '이중으로 분단이 고착이 나라'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영국 보수당 정책문서가 주는 교훈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