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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창업자 소환,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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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창업자 소환,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배임, 탈세 의혹 밝혀질까…"넥슨은 '돈슨'"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김 회장을 상대로 2005∼2006년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매입과 넥슨 재팬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일단 진 검사장 관련 의혹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넥슨의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1일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었다. 회사에 잘 나오지 않아서, 경비원이 그를 못 알아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회장의 부인 유정현 씨 역시 창업 초기부터 경영에 참가했다. 그런데 유 씨도 '은둔형'이라고 한다. 넥슨은 지배 구조가 독특하다. 이런 이유로, 내부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넥슨은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1위 게임 업체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뒷말이 있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이런 문제들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사를 일본에 둔 이유


넥슨 본사는 일본에 있다. 넥슨재팬이 2011년 12월14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본사를 한국 법인에서 일본 법인으로 옮겼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아니다. 지주회사인 NXC가 넥슨재팬의 대주주다. NXC의 주소지는 제주도다. NXC가 넥슨재팬을,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를 지배한다. 미국, 중국 등 해외법인은 넥슨코리아가 지배한다.

왜 하필 이런 지배 구조를 택했는지가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째, 김 회장은 일찍부터 일본 게임 업계에 관심이 많았다. 닌텐도, 소니 등이 있는 일본은 게임 강국이다.

둘째, 한국에선 최근까지 게임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였다. 이를 피하느라 본사를 일본에 뒀다는 게다.

셋째, 김 회장의 아버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있다. 김 회장의 아버지인 김교창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기업 법 분야의 대가다. 기업 지배 구조의 전문가인 아버지가 김 회장의 장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지배 구조를 설계했다는 것.

법조인 출신 아버지, 넥슨 초기부터 깊은 영향

넥슨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마지막 이유에 주목한다. 김 변호사는 법조계 인맥이 넓고 깊다. 그리고 김 회장은 넥슨 창업 초기부터 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창업 자금, 경영 조언, 인맥 연결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김 변호사의 지원이 있었다.

게임 등 기술 기업 창업자들은 엔지니어 출신이 많다. 그래서 법률 관련 소양 부족으로 발목을 잡히는 일이 종종 있다.

넥슨은 이 대목에서 달랐다. 법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했고, 법을 잘 활용했다. 진 검사장 사건은 그 단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진 검사장과 함께 넥슨 주식을 매입했던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법조인을 끌어들여야 할 필요에 대해 김 회장은 잘 알고 있었다. 이를 놓고, 아버지인 김 변호사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김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법률 사무소에 자주 놀러갔다고 한다.

기술보다는 유통, 개발보다는 인수합병"넥슨은 '돈슨'"


▲ 김정주 넥슨 창업자. ⓒ연합뉴스
공학도 출신 창업자는 지나친 기술 편향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기술만 좋으면, 다른 문제는 쉽게 풀리리라고 보는 게다. 당연히 오류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이와 반대 편향으로 원성을 샀다. 개발보다는 유통과 마케팅을 중시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보다는 현금흐름을 주로 챙겼다. 자체 기술 확보보다는 인수합병을 선호했다. 결과적으론 성공했다. 국내 1위 게임업체가 된 건, 그 덕분이다.

하지만 후유증도 있었다. 무리한 인수합병은 도처에 적을 만들었다. 김택진 NC소프트 창업자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가까운 사이였으나, 합병과 결별을 거치면서 앙숙이 됐다. NC소프트는 넥슨과 정반대 색깔을 지닌 기업이다. 두 회사의 합병과 결별은 모두에게 상처가 됐다.

현금흐름을 너무 강조한 경영 방침은 '돈슨'이라는 비아냥을 불렀다. 게임 이용자들이 붙인 별명인데, 돈과 넥슨을 합성한 말이다.

아울러 유능한 개발자들이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직원은 접근도 못했던 비상장 주식, 회사와 관계 없는 법조인에게 넘겨

그 정점에 있는 게 진 검사장 사건이다. 2005년 당시, 넥슨과 비슷한 규모의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상장을 한 상태였다. 상장을 앞두고, 내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다.

당시 넥슨 직원들도 이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김 회장에게 '넥슨은 언제 상장하느냐'라고 따져 묻곤 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주식시장 상장이 지닌 다양한 위험을 거론하며 '상장은 시기상조'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주식시장 상장 이후 기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린 사례가 많다. 단기적인 수익 논리에 너무 휘둘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상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 개발자들은 김 회장의 대답에 수긍하지 않았다. '상장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대로라면, 장기적인 경쟁력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게다. 상장기업과 마찬가지로 단기 수익 위주 경영이었다.

결국 200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유능한 개발자들이 대거 넥슨을 떠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생한 직원들은 접근도 할 수 없었던 비상장 주식이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법조인들에게 넘어가 있었다. 최근 진 검사장 사건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옛 넥슨 직원들이 뉴스를 보며 착잡해하는 이유다.

배임, 횡령, 탈세 등 비리 의혹 규명, 내부 정보 확보가 관건

이런 정서가 넥슨 관련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넥슨의 성장과정에서 소외됐던 이들, 인수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본 이들이 수사팀에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김 회장을 고발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건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김정주 회장이 2005년 당시 가치가 1조560여억 원에 달하던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40억 원에 넘기며 당시 모회사 넥슨홀딩스에 1조520여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배임을 저질렀다"라는 것이다.

둘째, "2006년 10월 주당 20만 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넥슨홀딩스의 비상장 주식 107만주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당 10만 원에 사들여 1270여억 원을 횡령하고, 현 지주회사 NXC의 벨기에 법인에 넥슨재팬 주식을 저가로 현물 출자해 NXC가 7990여억 원을 손해 보게 한 혐의"가 있다는 게다.

셋째, "넥슨이 지주회사 NXC를 제주도로 이전하면서 약 3000억 원의 세금을 감면 받았지만, 실제 업무는 경기도 판교의 넥슨코리아가 사실상 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인 지방 이전일 뿐이며 결국 세금 포탈이다"라는 주장이다.

넷째, "넥슨 매출의 68%, 순익의 79%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그 이익은 일본으로 흘러가 총 2조4600여억 원의 국부가 유출됐다"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진위를 밝히고,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 건 수사팀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넥슨 내부 정보가 요긴하다. 넥슨의 성장 과정에서 소외됐던 이들이 쥔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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