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를 생각하며
얼마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서울메트로 외주 용역업체 직원이 열차에 치어 19세에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청년은 '고장 및 장애 신고 접수 후 7시간 내 출동 완료해야 한다'는 서울메트로와 외주 용업업체 사이의 계약 내용을 지키기 위해 끼니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하며 일하던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일하다 숨진 청년은 유품으로 작업 공구와 뜯지 못한 컵라면과 숟가락, 일회용 젓가락을 남겼습니다. 청년의 죽음은 안전까지 '하청'하는 부끄러운 우리 민낯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청년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다치기만 했다면 청년은 과연 스스로 산재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청년이 회사에서 "너는 하청 노동자라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네 잘못으로 다쳤으니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재 처리는 복잡하고 나중에 정규직 채용 때 불리하니 공상으로 처리하자"는 말을 듣고 걱정하실 부모님께 말도 못 하고 풀이 죽어 있을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회사가 했을 법한 말은 과연 맞는 말일까요? 산재보험에 대한 기초 상식을 알아봅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험
산재보험은 일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보험입니다. 산재는 '산업재해'을 줄여 부르는 말인데, 사업장의 근로자가 업무상 발생하는 재해로 인해 부상, 질병, 신체장애, 사망을 당한 경우를 말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져 발목을 다쳤다면, 식당 직원으로 일하다가 뜨거운 불판이 발에 떨어져 화상을 입었다면, 화학 약품을 다루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호흡기 질병에 걸렸다면, 콜센터에서 전화 상담 일을 하면서 손님에게 계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하여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고를 당하여 사망한 경우처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합니다.
업무상 재해인지가 모호한 경우에는 사업주의 지휘나 명령에 따라 업무를 하다가 재해가 발생해야 한다는 '업무 수행성',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업무 기인성'이라는 판단 기준을 통과해야 하지만, 업무상 재해로 4일 이상의 치료를 받게 되면 산재보험을 신청해서 치료기간에 따라 병원비(요양급여), 업무상 재해로 일하지 못하는 동안의 생계를 위한 임금의 일부(휴업급여), 업무상 재해로 장해가 생겨 노동력이 감소한 부분에 대한 보상(장해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상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근로자의 유족이 보상(유족급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사업장에서 자꾸 산재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사업주는 근로자의 산재 신청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는 산재 처리를 한다고 하면 공상 처리를 하자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상 처리는 회사가 치료비나 위로금을 지급하고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볍고 후유 증상이 없을 만한 부상과 질병이라면 무방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상으로 처리해 받은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실수로 다치면 못 받는다?
산재를 당했다면, 일단은 병원에 가서 치료나 진단을 받고 회사에 알린 후 '요양급여신청서'를 작성하여 회사 확인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을 합니다. 회사가 신청서에 확인 도장을 찍어 주지 않겠다고 하면, '날인거부사유서'를 작성하여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면 됩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가 맞는지를 심사하고, 재해 판정이 나면 각종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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