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특별할 게 없는 "일개 포병 중대"이다. 사드는 허상이 아닌 실제하는 강력한 무기체계이다.
두 가지 관점이 상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인식이다. 일종의 '정신 분열' 처럼 보이는 이 발언의 주인공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다.
한 장관은 1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참석해 사드 문제와 관련된 질문들을 받았다. 그 와중에 한 장관은 "사드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일개 포병 중대"라고 말했다.
한 장관에 따르면 '일개 포병 중대' 때문에 동북아는 물론, 국내가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사드 무용론'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일개 포병 중대로 어떻게 북한의 '미사일 비'를 방어할 수 있겠나. 2개 중대 이상 배치할 것을 염두한 발언인지는 모르겠다.
한 장관은 나아가 "사드는 단순히 사드일 뿐인데 주변 국가에서 과도한 전략적 의미를 부여해서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적이지 않은데도,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효용성을 부풀리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 장관의 말대로라면 사드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게 문제가 되니, 한 장관은 교묘하게 말을 바꾼다. "만약 실효성이 문제된다면, 중국, 러시아 등은 허상을 보고 반발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중국, 러시아가 반발할 정도로, 위협적인 무기라는 의미다. 한 장관은 "(사드는) 군사적 효용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준의 무기 체계란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단호하게 답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일개 포병 중대"인 사드는 "효용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준"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적이지는 않은데, 그들이 강력히 반발할 정도로 매우 위협적이긴 하다.
어느 발언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한 장관은 "만약 실효성이 문제된다면, 중국과 러시아 등은 허상을 보고 반발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본인 논리의 구멍을 가감없이 드러내버렸다.
한 장관의 '정신 분열'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중국 전승 기념일에 참석, 대외적으로 '한중 밀월 시대'를 천명했다. 그리고 올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사드 배치를 결정, '한미 동맹'을 과시했다.
'광폭 외교'가 아니라 '널뛰기 외교', '모순 외교'다. 모순적인 상황을 일관적인 정책으로 포장하게 되면 곳곳에서 논리의 구멍은 생길 수밖에 없다. 한민구 장관의 '정신 분열'처럼 말이다. 원칙 없는 안보 정책과 원칙 없는 외교 정책이 빚어낸 한 편의 희극이다.
이미 "사드 전자파가 불임을 유발한다" 식의, 말도 안되는 일각의 주장을 침소봉대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여론전을 펴기 시작한 것 같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때 사용한 그 전략이다.
유권자들이 이 정부를 못 믿는 이유는 '사드 괴담' 같은 데에 있는 게 아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모사가'들이 너무 많다. 원칙 없는 외교안보 정책으로 보는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의 몫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