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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반대론자와 美 민주당의 논리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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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반대론자와 美 민주당의 논리는 같다

부시는 발을 빼지만 한국에선 누가 책임지나

미국 민주당은 지난 8월 9일 '미국의 약속을 쇄신하며(Renewing America's Promise)'라는 정강정책안을 발표했다. '현명하고 강하면서 공정한 무역정책' 항목을 보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기준이 나와있다.
  
  민주당은 "미국의 환경과 미국 시민들의 식품안전·건강을 지켜내지 못하고, 미국 투자가보다는 외국 투자가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며, 미국의 긴요한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도록 요구하는 FTA에는 반대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단지 월스트리트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도 좋은 협상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중앙일보 8월 12일자)
  
  미국 민주당과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들
  
  놀랍게도 한미FTA에 대한 한국의 신중론 혹은 비판론자들의 논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 방식의 음모론을 빌자면 한국의 한미FTA 신중론자들과 미 민주당 사이엔 '내통'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미 민주당의 FTA 기준은 이렇다. △첫째,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 △둘째,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를 몰고 오는 데 대한 반대 △셋째, 환경, 식품안전, 건강에 대한 침해가능성에 대한 염려 △넷째,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한 FTA 등이다.
  
  먼저 외국인 투자자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문제다. 필자를 비롯한 신중 혹은 비판론자들은 일관되게 이 제도가 위헌적 성격을 띈다고 주장해왔다. 협상 당시 법무부의 입장도 그랬었다. 그런데도 가장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다 보니 미국인 투자자의 보호수준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주권마저도 훼손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정책이다. 부속서 수용조항은 간접수용의 예외로서 부동산 가격안정화를 들고 있기는 하나, 예시하기를 "저소득층 주거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통한"이라는 문장으로 제한했다. '좁은 땅, 많은 인구, 집중된 서울'의 부동산정책을 극도로 위축시키고만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EU FTA 협상에서는 처음부터 ISD가 배제됐다.
  
  두번째는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반대'다. 최근 이명박 행정부는 일 단계 공기업민영화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엄청난 국가자원을 통해 건설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민영화방안이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거대한 세금을 투자했고, 경쟁력 있게 운영되고 있고, 싼 운영요금에 제대로 된 운영체계를 갖춘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민간에게, 그것도 외국회사에게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냐, 공공서비스냐의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서비스 붕괴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공적 영역의 붕괴는 극단적인 시장논리로 이어지고, 국가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란 공공의 선을 실현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다. 그런데 이윤 추구가 공공의 선을 누르고 정부와 기업에게 자리를 내주는 새 세상이 열리고 있다. 이건 민주당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국로버트 라이히(Robert B. Reich) 브랜다이스대 교수의 말이다.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졸릭(Robert B. Zoellick)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의 FTA 정책이 '민영화(사유화)의 지지, 공공서비스 독점에 대한 공격,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개혁의 추진'임을 말한 바 있다. 한미FTA 또한 이 시각에 보자면 의료산업의 민영화,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 식수공급의 민영화 등 가장 대표적인 공공서비스 영역이 민영화의 경로로 들어설 수 있게 되는 근거가 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민생적인 측면에서 가장 예민한, 한편으로는 가장 돈 되는 서비스사업에 대한 진입의 안정적 장치가 보장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서비스 부문 챕터에 대해 "협상단의 탁월한 성과"라고까지 평가했던 것이다.
  
  셋째는 '환경, 식품안전, 건강에 대한 침해가능성에 대한 염려'다. 최근 네브라스카비프 사의 쇠고기가 O-157 균에 감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 협상도 그랬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얻은 교훈은 없다. 그저 모든 책임은 공중파 방송국과 다음 아고라가 뒤집어썼다.(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기준에 대해 대만과 일본이 미국과 벌이는 쇠고기 협상 내용을 보고 수정할 수 있다고 해왔다. 마찬가지로 대만과 일본이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은 왜 본받지 않는 것인지 의아하다.)
  
  넷째 '중소기업을 위한 FTA'다. 세계적 수준의 대한민국 최고기업은 면세점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SONY는 그렇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아파트 건설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미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기업에게 한미 FTA는 열린 기회를 제공한다. 대기업의 적하효과는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적하효과는 수출품에 대한 핵심부품을 제공하는 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98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률은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수익률은 증가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수익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임금이나 고용, 소득을 포함한 계급계층간의 사회적 양극화는 대기업 대 중소기업, 수출 대 내수, 제조업 대 서비스업 등 한국 경제의 전 분야에 걸친 경제양극화 뿐만 아니라 포괄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 민주당은 중소기업을 위한 FTA를 이야기하고 있고, 한미FTA에 대한 우리 쪽 비판론자들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한미FTA로 인해 고용이 확대되고 성장이 촉진된다고 예단할 근거도 약하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미국 민주당도 같은 논리로 FTA를 염려한다.
  
  4대 선결조건은 어떻게 되나?
  
  역설적이지만 다행스럽다. 한미FTA에 대한 비판은 '개방이냐 쇄국이냐' 중 '쇄국'이었다. 조선왕조를 멸망으로 몰고 간 폐쇄적인 쇄국정책에 빗대졌다. 한미FTA에 대한 비판은 '친미냐 반미냐'냐는 이분법 내에서 '반미'로 치부됐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반미'는 곧 '친북'이다. 이제 이런 식의 낙인찍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미국 민주당이 제공해 주었다.
  
  미 의회는 현재 민주당이 지배중이다. 그리고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상하원 일부 선거에서도 민주당 우세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를 즈음한 민주당의 정책은 앞으로 미 의회 FTA 정책의 주류가 될 것이고, 나아가 미 행정부의 정책중심이 될 가능성도 높다.
  
  2001~2003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글렌 하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한미 FTA 의 연내비준은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FTA 를 반대하고 있다."(7월 31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고 했다.
  
  데니스 와일더 미국 백악관 NSC 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5일 워싱턴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부시 대통령 전용기에서 있은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 재계연합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미 의회가 비준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국인들에게 말해왔다."고 했다. 한발을 빼는 대단한 외교적 수사다.
  
  그럼에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지난 8월 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대선이 끝나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까지의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레임덕 현상도 있죠. 그런 부분이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관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로써는 일단 그런 것을 염두 해 두고 추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쇠고기, 자동차, 스크린쿼터, 의약품 등의 4대 선결조건이 있었다. 우리는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등 4대 선결과제를 오로지 FTA 체결을 위해 미 측에 제공했다. 그런데 이제 한미FTA는 현실적으로 물 건너갈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러면 이미 제공된 4대 선결조건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불경스러운 발언이었지만 필자는 '만일 내가 미국이라면 4대 선결조건을 다 얻은 지금 상황에서 한미FTA 논의를 중단하겠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고 얘기해왔다. 이제 현실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낙인을 벗겨주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이미 발을 빼고 있다. 그래도 우리 행정부에서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사안이야말로 전적으로 노무현 행정부와 이명박 행정부의 공동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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