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백남기 씨를 중태에 빠트린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 물대포에 사용된 물 가운데 62%는 소화전에서 빼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7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집회 3건 대응을 위해 '물 대포'를 쏘는 살수차에 275.2톤의 물을 사용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196톤을 인근 소화전에서 끌어 왔다는 것.
경찰은 지난해 11월의 민중총궐기, 같은해 5월 1일의 노동절 및 4.16 세월호 참사 연대 집회, 4월 18일의 '세월호 범국민대회' 등 3건의 집회에 202톤(민중총궐기), 40톤(노동절), 33.2톤(세월호 범국민대회)의 물을 살수했다. 이중 각각 126톤, 40톤, 30톤은 인근 소화전에서 빼쓴 것이다. 특히 노동절 집회 때 사용된 40톤은 100% 소화전에서 충당했다. 세월호 범국민대회 때 뿌려진 물의 90%도 원래는 소화 용수였다.
김 의원은 "소화전은 '소방기본법'이 규정하는 소방용수 시설 가운데 하나"라며 "법적으로 소방전 용수를 살수차가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의원에 따르면, 종로소방서는 종로경찰서의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한 회신에서 "소방용수 시설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화재 등 긴급한 상황을 대비한 시설"이라며 "다른 목적을 위한 소방용수 및 시설 사용은 긴급하고 정당한 경우에 한정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적절한 안전 및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 하에 필요최소한의 한도에서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살수차가 소화전 용수를 지난해 약 200톤이나 사용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소화전 사용의 근거로 '행정절차법', '소방기본법' 등 법률과 2007년 만들어진 경찰 내부 지침 '살수차 운용 지침'을 들고 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경찰은) 사전에 해당 소방서와 협의하면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켜야 할 소화전을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가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살수차를 '위해성 장비'로 규정한 근거로 "지난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신 것을 보면 살수차가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는 점을 들며 "살수차의 소화전 이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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