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두고 한나라당의 내분이 치열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직설적 발언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김 지사의 대척점에 선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오버하지 말라", "충청도 사람들이 말랑말랑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99석 가진 사람이 1석 더 해서 100석 채우려 한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충청권 민심이 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민생탐방 과정에서 경기도 안산이 지역구인 박순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이 지사는 '수도권 규제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향해 "좀 오버 하는 것 같은데 그 표현이 대단히 거칠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이 든다"고 역공을 가했다.
그는 "원래 큰 사냥을 할 때는 발자국을 안 내는 법인데,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다"면서 김 지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대권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지사는 '수도권도 풀고 지방도 풀고 규제를 다 풀자'는 김 지사의 주장에 대해 "옛말에 99가마 쌀 생산하는 사람이 1석 더 해서 100 석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수도권 규제를 더 완화해주면 지금 지방으로 이전하려던 기업들이 계속 수도권에 머물거나, 수도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인기영합주의식 발언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저도 국회의원 하면서 대변인, 원내총무, 대표 비서실장, 이런 요직을 거치면서 정치를 했지만, 아직 한 번도 인기를 의식하고 정치를 해 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만큼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 지사의 주장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
이 지사는 지난 7일 대전충남 언론인모임 초청 간담회에선 더 직설적 발언들을 쏟아냈었다. 그는 "도지사가 싸움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은 이완구가 잘 되고 못되고 하는 문제와는 전혀 별개"라며 "충청권 이익을 대변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당파를 초월해 충청권이 잘 안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에서 발간한 '도정 현안 주요 기사 모음'이라는 정책자료집에 한나라당의 활동상 대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지역 정책과 양당 의원들의 활동만 기재돼 있기도 하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김문수 지사를 향해 "이거 심하지 않나"라면서 "충청도 사람들이 말랑말랑한 사람들이 아니다. 지방의 경쟁력이 살아나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신경전 오래갈 듯
경기도와 충청도로 대표되는 한나라당 광역단체장들의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 수립 과정에는 행정도시 건설사업 예산, 세종시 특별법, 국방대학 논산 이전 등 수도권과 충청권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처리될 예정이다.
일단 이명박 정부는 균형발전정책의 기조를 지켜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을 다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심 수렴'을 명분으로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도 곳곳에서 '우리지역이 최고로 홀대받고 있다'는 격분에 부딪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역시 "우리가 제일 홀대 받는다"면서 '자학 마케팅'에 뛰어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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