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의 '니켈 얼음 정수기' 파문으로 코웨이 매각을 추진 중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코웨이는 MBK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꼽혀왔다. 지난 2013년 1월 당시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 원에 지분 30.9%를 사들이면서 3년 만에 지분 가치(경영권 프리미엄 포함)를 3조 원대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해 말부터 코웨이 매각을 위해 CJ, 중국 하이얼, 글로벌 PEF 칼라일 등을 상대로 코웨이의 매각을 통해 차익을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기업 성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 조정의 파고 속에서 코웨이 매각 본입찰이 무산되는 등 차질을 빚으며 매각 일정이 전면 연기됐다.
이 와중에 코웨이의 기업 평판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판매한 얼음 정수기 모델에서 발암 물질로 분류된 중금속 니켈 가루가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1년여 동안 은폐한 부도덕한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기관 투자 업계 '왕따' 되나
코스피 시장에서 코웨이 주가는 5일 이틀 만에 9%포인트가 넘는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K가 원했던 코웨이의 매각가를 유지한 채 매각을 성사시키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20008년 MBK가 9000억 원에 1조4000억 원의 금융권 대출을 들여 인수할 때부터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던 종합유선방송사 딜라이브(옛 씨앤앰)도 원매자를 찾지 못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딜라이브에 투자금은 2012년 금융권의 2조2000억 원 대출로 전환되어 국민연금 등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묶여 있다.
MBK의 투자 판단을 믿었다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 등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투자 실패가 앞으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사모펀드로서 MBK의 평판이 훼손됐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딜라이브는 투자자에게 매각 차익을 안겨주기는커녕, 딜라이브의 대주주로 MBK가 주도해 설립한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7월말 만기인 채권의 이자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결국, 채권단은 2조2000억 원 중 8000억 원을 투자로 전환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조정안에 합의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향후 딜라이브의 경영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투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내 대체 투자 규모 22조 원 중 7조8000억 원을 사모펀드에 위탁하고 있는 큰손으로서 딜라이브 사례는 MBK파트너스를 위탁 운용사로 다시는 선정하기 어렵게 하는 악재로 보고 있다.
연기금 중에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이 LP(유한책임출자자)로 딜라이브 투자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딜라이브에 투입된 투자금 대부분을 손실로 상각 처리한 상태다. 최근 몇 년간 딜라이브 투자금에 대한 공정 가치 평가를 통해 이들 연기금은 각각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이미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본 것이다.
금융권 대출 낀 홈플러스 인수도 부담
딜라이브는 3조 원 이상에 매각돼야 LP로 참여한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일부 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시장에서 딜라이브의 가치를 1조5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할 정도로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때문에 LP들 사이에서는 "지금 상황으로는 딜라이브가 매각된다 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MBK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부 연기금들은 이 정도의 상황이면 MBK가 추가 자금 출자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딜라이브에 대한 대출을 끌어들인 사모펀드들에 대한 추가 출자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채권단이 2조2000억 원 중 30%가 넘는 8000억 원을 출자전환해준 것은 기업 회생을 위한 자율 협약 체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대주주의 고통 분담을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MBK는 일관되게 이런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에 대한 대출로 손실이 우려되는 은행권에서도 "딜라이브 사례에서 보여준 MBK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먹튀 자본' 논란 속에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7조 2000억 원)라는 기록을 세우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 인수가 MBK파트너스의 M&A 기록의 정점일 수도 있다. 홈플러스의 인수 금액 중 4조3000억 원이 금융권 대출이라는 점에서 자금 상환에도 큰 부담을 안고 있는 등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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