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찰병력 수십 명이 청와대 앞에서 이들을 가로막아 민주당 의원들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벌어기도 했다.
"면회소도 못 가게 하느냐" vs "거기 가면 농성할 것 아니냐"
천정배, 김재윤, 최문순, 백재현, 유선호, 장세환, 박선숙, 전병헌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 그리고 당직자 등 2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경 전세버스 편으로 청와대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곧바로 이 대통령에 대한 면회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북악면회소로 향했지만, 곧바로 수십 여 명의 경찰병력이 이들을 에워싸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흥분한 정청래 전 의원은 경찰들을 향해 "책임자가 누구냐, 당장 나오라"고 호통을 쳤다.
정치권과의 '소통'을 책임지고 있는 맹형규 정무수석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정무수석실의 김두우 비서관이 이들을 맞았을 뿐이었다. 김 비서관은 "맹 수석은 지금 회의중"이라고만 밝혔다.
천정배 의원이 김두우 비서관을 향해 "면회소에 가서 대통령에 대한 면회신청을 하겠다는 것뿐"이라며 "국민들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을 왜 경찰들이 막아서느냐"고 항의하자 김 비서관은 "거기 가셔도 또 농성을 하실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실랑이가 이어지자 김 비서관은 "갑자기 오셔서 그렇다"며 "면담신청은 나를 통해 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김재윤 의원은 "우리가 갑자기 방문한 게 아니라 맹형규 수석과 사전에 이야기가 됐다"고 재차 항의했고, 정청래 전 의원은 "대한민국이 무슨 경찰국가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연좌시위가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장악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펼친 채 "공영방송 사수하자, 최시중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경찰들도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을 에워싼 채 대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 전경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 경찰차량을 통해 긴급히 후송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땡전뉴스, 땡박뉴스, 이비어천가라도 꿈꾸는 게 아니냐"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연좌시위를 이어가는 동안 천정배, 김재윤, 김재균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북악면회소를 방문해 면담신청서를 작성키로 청와대 측과 즉석 합의를 이뤘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이들이 북악면회소 내에 도착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천 의원이 경찰들의 물리적 저지를 의식한 듯 "너무 대접이 과하지 않느냐"고 뼈 있는 말을 던지자 맹 수석은 "그랬느냐. 내가 안 나와서 그런가 보다"라고 받아 넘기는 모습이었다.
대표단은 면회소에서 맹 수석에게 대통령 면담신청서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맹형규 수석은 "그 뜻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시 연좌시위 현장으로 돌아온 천 의원은 "내일 있을 KBS 이사회를 거쳐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직접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이 대통령이 법에도 없는 정 사장 해임을 감행한다면 민주주의와 실정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는 헌법상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경고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재윤 의원이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시계를 거꾸로 돌려 '땡이(李) 뉴스, '땡박(博) 뉴스'라도 꿈꾸는 것인가, 비판과 견제가 상실된 언론의 '이비어천가(李飛御天歌)'라도 듣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이 대통령은 언론탄압과 네티즌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감사원의 표적감사, 정치감사를 넘겨받은 KBS 이사회가 불법적으로 사장을 해임건의하고 대통령이 불법적 해임를 자행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대통령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뒤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