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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의 인권 유린, '망신 주기'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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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의 인권 유린, '망신 주기'가 대안?

[사회 책임 혁명] 기업과 인권, 자율적 규제에서 법적 규제로

기업과 인권 관련 다양한 국제 규범들은 사회·환경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 관행을 개선하고 기업들이 이를 따르도록 요구하는 수단이다.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한 유일한 처벌은 "공개해 망신을 주는 것(Naming and Shaming)"이다. 일종의 사회적 처벌로 느슨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자율적 규제방식의 규범 형태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다국적 기업에 대한 UN의 법적 규제 움직임은 지속되어 왔지만 주류는 자율규제 방식이다. UN의 움직임에 대한 서구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의 견고한 반대 로비 덕분이다. 대신 무엇인가 개선의지를 보여야 했는데 자율적 규제방식이 그 선택이었다.

1972년 UN경제사회이사회에서 칠레 대표는 칠레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내정 간섭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후 진행된 '다국적 기업이 저개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UN 종합보고서(1974)'는 다국적 기업들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를 계기로 1977년 48개국으로 구성된 정부 간 실무그룹(Inter-government Working Group)을 구성해 다국적 기업관련 행동규범(Code of Conduct)을 성안해 UN산하 기구에 적용하려 하였으나, 국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대대적인 반대 로비와 압력으로 일부에서만 채택되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1976)은 위 과정에서 나온 선진국들의 선제적 대응의 결과물이다. 한편 서구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의 로비와 압력은 80년대 내내 이어졌으며 1992년 리우환경회의 Agenda 21에 다국적 기업 규제 내용을 포함시키려는 시도도 무산시켰다. 그러나 1996년 UN인권위원회(UN인권이사회 전신)가 보고서를 통해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UN의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적 규제 시도는 계속되었다. UN글로벌콤팩트(2000)는 그 시도에 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대응이고 UN과의 협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2003년에는 '초국적 기업 및 기타 사업체들의 인권 책임에 관한 규범(Norms on the Responsibilities of Transnational Corporations and Other Business Enterprises with Regard to Human Rights)'이 UN인권위원회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의 반대가 심했고 UN인권위원회는 채택을 거부했다. 한국도 반대표를 던졌다.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거듭 재검토를 요청하였으나 UN인권위원회는 결국 이 규범을 폐기시켰다. 그리고 서구 국가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UN글로벌콤팩트에 이 규범을 포함시키려던 시도도 무산시켰다.

▲필자 김용구 ⓒ프레시안
자율적 규제 방식인 "보호, 존중, 구제" 실행을 위한 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GPs)이 2011년 채택된 것도 위 규범 채택 움직임에 대한 반대와 대응, 그리고 협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규제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율규제 방식인 UNGPs 조차도 회원국들에게 사실상 법적규제 방식으로 정착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첫째, UN인권이사회는 UNGPs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회원국에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특별절차'로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the issue of human rights and transnational corporations and other business enterprises)을 구성하였으며, 회원국들은 실무그룹에서 권고한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기본정책(NAP)을 수립, 시행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법과 제도, 정책, 관행에 UNGPs를 반영하고 있다.

둘째, UN인권이사회는 2014년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적 규제를 제정할 권한'을 가진 개방형 실무그룹(Open-ended Inter-governmental Working Group)을 구성하였으며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최초로 법적 규제를 시도한 1977년 정부 간 실무그룹과 거의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후 개방형 실무그룹의 결과물이 법적 규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계기가 되거나 지금의 자율적 규제방식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법제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인권을 무시한 기업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도 모두가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적 규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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