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에서 불거진 논란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9일 같은 당 안호영 의원과 새누리당 박인숙, 김명연 의원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일이 알려졌고, 30일에는 새누리당 이완영, 박대출, 강석진 의원도 비슷한 사례로 밝혀져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이날 안호영 의원의 비서관이었다가 논란 끝에 사직한 안 의원의 6촌 동생 안모 씨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일하게 하는 일이 '특권 남용'으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 전 비서관의 주장에는 차분하게 이번 논란을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있다.
물론 공개 채용을 통해 보좌진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떳떳한 방법이겠지만, 그간 국회에서는 혈연 뿐 아니라 학연, 각종 정치·사회운동을 하며 의원과 맺은 인연이 채용에서 크게 작용해온 게 사실이다. 시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1963년 통합 야당 민정당(民政黨. 전두환 정부 때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의 약칭 '민정당(民正黨)'과는 다른 정당) 대표였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안 전 비서관은 메일에서 "나는 2006년 17대 국회에서부터 심재덕·유시민 전 의원(당시 열린우리당), 18대 국회 김영록 전 의원(당시 민주당), 19대 국회 김광진(민주통합당)·서기호(정의당) 전 의원 등을 보좌했다"고 밝혔다. 안호영 의원은 20대 국회에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초선 의원이다. 이른바 '국회 짬밥'은 안 의원보다 안 전 비서관이 더 길다.
안 전 비서관은 또 "지난 2012년 국방위의 '노크 귀순' 사건을 최초로 밝혀내는 등 나름의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이 당시 '노크 귀순' 사건을 국방위에서 최초로 폭로한 김광진 전 의원과 통화한 결과, 당시 김 의원실 소속이었던 안 전 비서관이 '노크 귀순' 사건에 대해 최초로 제보를 받은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안 전 비서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실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해당 의원실에서 일하는 게 맞지는 않다고 본다"면서도 "19대 때까지만 해도 (채용 제한 범위를) '4촌 이내'로 제한했는데, 도매금으로 '7촌도 문제다', '사돈의 8촌도 문제다'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프레시안>은 안 전 비서관의 동의를 얻어, 그가 보낸 편지의 전문을 공개한다.
안호영에게 돌을 던지겠습니까?
어제 오늘 인생 최고의 격랑을 겪고 있는 맞고 있는 안호영 의원실의 전직 비서관입니다. 먼저, 이렇게 사적인 내용의 메일을 기자님들에게 보내는 것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조용히 여론만 지켜보고 있으려니 제가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방금까지 파악한 여론은 이렇습니다. 친인척을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임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특혜다' 또는 '부적절한 인사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번 일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해 왔고요. 그렇지만 저나 안호영 의원에게까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조금은 억울한 것 같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저는 2006년 17대 국회에서부터 심재덕 전 의원, 유시민 전 의원, 18대 김영록 전 의원, 19대 김광진 전 의원, 서기호 전 의원 등을 보좌하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회의원 보좌진으로서의 전문 역량을 가꿔왔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인정하지만, 지난 2012년 국방위의 '노크 귀순'을 최초로 밝혀내는 등 나름의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16·17대 대선과 18·19·20대 총선, 2010년 경기도지사선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정책·홍보·공보·메시지 등의 분야를 담당하며 국회 보좌진뿐 아니라 선거 전문가로서의 역량도 키워왔습니다.
특히나 이번 선거에서는 제 고향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악하다는 전라북도의 완주·무주·진안·장수 선거에서, '국민의당 광풍' 속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가져오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올렸다고 자신합니다.
안 의원의 PI인 '첩첩행복'에서부터 모든 정책 공약과 메시지, 선거 전략 등을 제가 구상하고 제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며칠 잠을 못 자면서 공약 자료집을 만들었고, 끼니도 못 챙기며 상대 후보의 공세에 대응해 공중전을 수행했습니다. 4개군 복합선거구의 특성상 선거 당일까지도 4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4종의 연설문과 메시지를 만들다 당선 확정의 순간도 함께하지 못하고 당선인의 이후 행보를 준비했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보시기에 국회의원 비서관이 높은 연봉에 특권, 그리고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데 2010년부터 비서관으로 일해 본 저로서는 동의해 드릴 수 없습니다. 매일같은 야근에 결혼 3년차 저희 부부는 아직도 아이를 갖지 못하고, 선거 한번 치를 때마다 이혼의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또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게 1년만 일하고도 6개월을 쉬고, 4년을 일하다 1년 이상을 쉬는 경우도 있다 보니 급여 생활자로서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국회 근무경력으로 공공기관 낙하산이나 대기업으로 쉽게 이직한다 생각하시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군에서 포병으로 복무하다 사회 나와 대포 쏘는 직업을 찾는 정도로 희박합니다. 오히려 국회 경력이 부담스러워 일반 회사에서는 퇴짜를 놓는 것을 직접 경험해 봤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작년에 의원실을 나와 늦깎이 로스쿨 준비생으로서 평생 직업인 동네 변호사를 꿈꿔왔습니다. 이번 선거도 집안 어르신들과 선배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돕긴 했지만, 당선만 시켜드리고 제 갈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선거 때 정책 공약을 내놨으니 당선 이후의 노인복지법률안 개정에서부터 산악관광특별법 제정까지 제 손으로 마무리지어야 할 일들이 자꾸 생겨났습니다.
'안호영 의원실의 안호○'인 것이 부끄러워 기자들에게 명함도 제대로 못 드렸지만, 그래도 첩첩산중의 우리 고향을 너와 나, 우리 모두의 행복이 겹치는 '첩첩행복'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에 잠시 체류한 것뿐입니다.
국회에서 근무하면서 저는 한번도 '제 월급을 의원님이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더 큰 행복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공익을 위해 일한 대가로 국민들이 제 월급을 챙겨 주시는 것이지 의원들 수당의 일부분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저희 의원님을 선택해주신 유권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제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약간은 억울합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이란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문성이 있다면 다른 의원님을 보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처럼, 6촌지간의 관계로만 안 의원을 보좌한 것이 아니라, 국회 보좌진임이 자랑스러운 전문 직업인으로서 일해왔다는 점을 확실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 때문에 안 의원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더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하신다면 여기저기서 '돌 맞는 국회의원'은 안 되시리라 믿습니다. 이제는 저도 집에 들어가 신문과 TV, 인터넷에서 '이름 없는 전국구 스타'가 돼버린 기막힌 스토리를 들려줘야겠습니다.
어제까지의 '안호영 의원 6촌 동생 비서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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