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권성동 의원이 '버티기' 나흘째 만에 결국 사무총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사무총장은 8월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협위원회 등 당 조직을 정비하고, 4.13 총선 참패 원인을 따지는 '총선 백서' 발간을 담당하는 직이다.
그런 까닭에 친박계가 유승민 복당 표결 논란의 책임을 권 사무총장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김희옥 위원장의 칩거 → 정진석 원내대표 사과 → 김희옥 위원장과 친박계의 권 사무총장 경질 요구 → 권 사무총장의 자진 사퇴로 이어진 이번 '친박 vs.비박' 싸움에서도 친박계가 '판전승'을 거둔 모습이다.
친박계는 앞서 비대위의 복당 표결 과정이 '일방적이었다'고 문제 삼으며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었으나, 김희옥 비대위원장에게 정 원내대표가 사과를 하자 공격의 화살을 돌연 권 사무총장으로 바꾸어 당 안팎의 비난을 샀었다.
"당무 보좌에 대한 견해차"가 중재안?!
실상은 김 위원장이 권 사무총장을 쫓아내는 것이지만, 겉보기에는 권 사무총장이 자진해서 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이었다. 권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김희옥 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김 위원장은 권 사무총장을 교체하려는 이유는 "당무 보좌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권 사무총장이 많은 노고를 했고, 당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전체적으로 (경질) 결정을 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권 사무총장 거취를 둘러싼 당내 공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교체 이유를 무소속 의원 복당 결정이 아닌 '당무에 대한 견해차'로 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퇴로를 열어줬다는 게 권 사무총장 등의 설명이다.
권 사무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이 문제가 지속될 경우 당에 많은 피해를 끼친다는 우려를 종전부터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재안(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과 교체 이유 수정)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당초 권 사무총장의 자리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오전 새누리 비대위 회의는, 이처럼 권 사무총장의 자진 사퇴를 표명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권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을 반대해왔던 비박계 김영우 의원은 "많이 안타깝다"면서 "사무총장의 경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은 혁신을 지향하는 새누리당으로서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라는 평을 남겼다.
권 사무총장의 사퇴로 새누리당은 3주 만에 전당대회 준비를 책임질 사무총장을 다시 인선해야 하게 됐다. 지상욱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후임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어떤 컨셉트가 정해졌다는 것은 없고 인선의 폭이나 인물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권 사무총장은 후임 사무총장을 중립적 인사로 임명하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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