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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운동', 새정치인가 반정치인가?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파란'…기존 정치 염증이 돌풍 원인

지난 19일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의 스포트라이트가 '오성운동(M5S)'에게 쏟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전역의 인구 1만5000 명 이상의 도시에서 오성운동 후보는 결선 투표에 올라간 20곳 가운데 19곳을 석권했다.

특히 수도 로마와 북부 산업도시 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로마에선 37살 여성후보 비르지니아 라지가 집권 민주당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토리노에서도 31살 여성후보 키이라 아펜디노가 민주당 거물 피에로 파시노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오성운동은 창당 7년 만에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성운동(五星. Five star movement)은 공공 수도(물), 지속가능한 교통 수단, 지속가능한 발전, 인터넷 접속권리, 생태주의를 5대 정책 이슈로 내세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 기반해 활동해 온 정당이다. 국가보조금을 거부하고 당비 대신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정치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등은 기존 정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오성운동의 창시자이자 당수인 베페 그릴로는 "기성 정치인은 좌파나 우파나 모두 기생충"이라고 비판한다. 그릴로는 1980년대 TV에서 시사 풍자 쇼를 진행하는 유명 개그맨이었지만, 1987년 당시 총리를 풍자해 방송 출연이 금지됐다.

그 후 온라인 블로그에 정치 풍자 글을 올리면서 다시 유명세를 탔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개인 활동을 '운동'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지난 2007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에서 하원 25%, 상원 24%를 득표해 돌풍을 예고했다.

그릴로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에게 이탈리아 국적을 부여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인종차별적 발언도 자주 설화를 일으켰다. 지난 5월 런던시장에 무슬림인 사디크 칸이 당선되자 "칸 시장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는 광경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그를 '포퓰리스트', '선동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그릴로는 전면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29살의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부대표 등 신진 세력을 앞세워 젊은 층 표심을 공략했다. 기존 정치와 대비되는 참신한 정치 신예들과 오성운동이 표방하는 '깨끗한 정치'는 이탈리아의 뿌리 깊은 적폐인 부패 정치와 대비됐다.

이탈리아 선거의 화두는 늘 부패였다. 2009년에는 34살의 나이에 피렌체 시장에 당선돼 정치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마테오 렌지 현 총리가 '라이징 스타'였다.

렌지는 2011년 당시 부패의 대명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가 정치 무대에서 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인기를 얻은 뒤 2014년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랬던 렌지 총리가 이번에 오성운동의 약진으로 궁지에 몰린 건 아이러니다. 그는 오는 10월 국민투표에서 상원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낙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페데리코 피자로티 파르마 시장 등 오성운동의 주요 관계자들도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이탈리아 정치에 부패의 악순환이 끊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이탈리아 지방선거는 유럽 전역에서 목격할 수 있는 '정치 이방인'들의 득세 현상이라는 풀이도 있다.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같은 좌파 정치세력이 기성 체제에 대한 반감 기류를 배경으로 등장한 반면, 극우 성향인 영국 독립당,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프랑스의 국민전선,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네덜란드 자유당, 덴마크 국민당 등도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각국이 처한 사정과 출발점은 다르지만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라는 맥락에서 오성운동의 약진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유럽의 현안이 된 경제적 침체와 이민자 문제 등이 정치 극단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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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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