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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석탄 먹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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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석탄 먹고 달린다?

[함께 사는 길] 이브(EV)는 희망일까 덫일까

'202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자면, 수송부문은 배출전망치(BAU) 대비 34.3퍼센트, 약 3600만 톤의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정부가 선택한 주요 감축수단은 전기차 보급과 자동차의 연비 개선으로, 이 두 주요 수단을 동원해 목표의 절반인 1800만 톤(t) 이상의 탄소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도로에서 탄소와 미세먼지 원인물질로 가득한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 전력이 어떤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을 내뿜을 수 있다. 그것이 핵심이다. '어떤 에너지원이 전력을 만드는가?'

우리나라는 석유, 석탄, 우라늄, 천연가스 등 1차 에너지원의 96퍼센트를 연간 200조 원씩 들여 수입해 쓴다. 그리고 그런 수입 에너지원으로 전력 대부분을 생산한다. 우리나라는 발전용 연료를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순으로 사용하는데 이 셋이 총발전에너지원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발전원별 비중은 석탄화력 29.8퍼센트, 원전 23.5퍼센트로 이 둘이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첨두부하 대응을 30.3퍼센트 비중의 천연가스가 맡고 있다.

2015년 발표된 7차 전력수급계획은 이러한 구조를 확대하고 심화하도록 짜였다. 2029년 전력 피크시의 각 발전설비의 기여도를 발전원별로 볼 때 석탄화력 32.3퍼센트, 원전 28.2퍼센트, LNG 24.8퍼센트, 신재생에너지 4.6퍼센트로 잡혀 있는 것이다. 이는 2029년까지 현재 24기인 원전을 12기 더 증설하고 석탄화력발전소도 현재 53기에서 20기를 증설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에도 여전히 화석연료와 원전 중심 전력구조를 심화시킨다는 것이 정부 계획인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전력설비예비율이 30퍼센트가 넘는다(전력통계시스템 2016년 3월 기준)는 것이다. 1, 2월 혹한기가 낀 1분기 평균도 14퍼센트 이상이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은 장기적으로 높은 잉여 전력(예비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핵전기와 석탄화력전기로 전기차를 굴리는 미래를 고착시키게 된다.

2020년 20만 대 보급목표가 달성될 때 전기차는 예비율의 1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전기차가 가동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기우라 말하는 건 단견이다. 지난 2014년 말 우리나라 자동차 수는 이미 2000만 대를 넘었는데, 2030년에는 신차 중 반은 전기차가 될 것이고 길 위의 차 열 대 중 한 대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전기차의 수가 그 정도 규모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기차가 '어떤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력을 쓰는가'가 전력구조를 역으로 규정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 서울 송파구청 내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전기차는 운행 중 탄소배출이 없다. 전기차는 운행 중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대기오염물질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차의 충전전력을 만드는 1차 에너지원인 우라늄과 석유, 석탄의 채취 단계에서부터 발전과정, 송배전과정을 거쳐 배터리를 충전하고 운행하는 연료의 전체 생애주기(우라늄의 경우 폐기되는 핵폐기물의 장기관리에 따른 탄소 발생까지 계산해야 한다)로 따진다면 전기차도 내연기관 자동차만큼 탄소를 내뿜고 대기오염물질도 발생시킨다. 원자력과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어떤 에너지원으로 발전했는가에 따라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전통연료로 발전한 전력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기후변화 유발자이자 대기와 건강을 해치는 오염물질 배출자일 수 있다. 그 경우 전기차는 그저 도로에서 발전소로 악역을 떠넘기는 존재일 뿐이다.

내연기관에서 모터로 자동차가 바뀌고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의 미래로 가는 방향성 속에서 신구 자동차와 에너지산업 간의 자연스러운 이행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내연기관 자동차산업과 그 연관 산업들이 입게 될 단기적 피해는 IT 종합산업의 중심이 될 전기차산업이 불러올 더 크고 새로운 연관 산업들의 확대로 장기 상쇄될 것이다. 도로 위의 탄소 감소, 도로 위의 대기오염 감소를 약속하는 전기차 보급 확대정책이 그런 미래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부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충전전력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답에 따라 그 긍정성은 평가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는가, 낡은 구조를 온존시키는 데 쓰이는가?' 이것이 전기차 앞에 놓인 질문이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총발전량 대비 0.8퍼센트로 OECD 평균 7.7퍼센트와 비교할 때 9배 이상 적다(국제에너지기구 2015). 이 비중을 늘려야 전기차의 긍정성은 승인된다.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저감은 장기적인 국가 생존의 과제이고 이 과제를 수행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전기차 확대 이전에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위험을 전기차가 온존시키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심의 도로에서 지역 석탄화력발전소로 미세먼지 발생처를 옮기는 구실이 전기차여서는 안 된다. 전기차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과 처음부터 맞짝이다. 그것을 분리시키는 정책은 자체의 모순 때문에 실패를 내정할 뿐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속에서만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와 보건환경 개선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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