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축제조직위원회를 결성하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혐오와 차별 없는 평등한 대구를 위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올해 8년째 열리는 대구 퀴어(Queer.성소수자)축제는 오는 24일부터 열흘간 진행된다.
무지개인권연대, 인권운동연대, 대구민예총,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대구시당 등 40개 단체가 참여한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20일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혐오와 차별 없는 평등한 대구를 위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결성 선포·지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올랜도 게이바 총기사건처럼 여전히 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존재한다"며 "이에 맞서기 위해 대구에서 퀴어축제를 열어 차별받는 이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퀴어축제조직위는 '불어라 변화의 바람'을 주제로 오는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열흘간 대구지역에서 퀴어축제를 연다. 6월 24일 소극장 함세상에서 극단 맥놀이의 연극제를 시작으로 오는 6월 26일 오후 1시부터대백 앞 광장에서 축제를 연다. 축제 당일에는 성소수자 인권침해 상담, 바디페인팅 등 부스 10여개를 만들 예정이다. 이어 동성로 일대를 행진하는 '자긍심의 퍼레이드'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6월 27~29일 저녁 7시부터 오오극장에서 '성별 이분법적 사고', '청소년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인권' 등에 대한 토크콘서트 '퀴어하소서' ▷6월 30일~7월 3일 미국, 캐나다 등 17개국 29편의 퀴어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퀴어를 주제로한 사진전을 진행한다.
축제 내용이 지난해보다 풍성해진만큼 조직위 규모도 커졌다. 올해 조직위는 배진교(41) 대구퀴어축제조직위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순(51)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태일(60.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권택흥(46.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 대구민중과함께 상임대표 등 모두 4명이 공동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대표는 "퀴어축제가 8년째 열리면서 퀴어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성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하다"며 "대구퀴어축제를 통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더 이상 혐오가 발붙일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권택흥 공동대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등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이번 퀴어축제가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몇몇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퀴어축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8일 대구시청과 중구청, 대구중부경찰서에 '퀴어축제 저지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중구청 한 관계자는 "서울 등 타 지역 사례와 관련 규정을 고려해 23일쯤 무대사용 허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혀 대구퀴어축제를 허가할 방침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해 이들간의 충돌을 우려해 퀴어축제 행진을 불허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이 재허가해 퀴어축제와 행진은 예정대로 열렸다.
대구퀴어축제는 지난 2009년부터 열렸다. 첫해에는 모두 50여명이 참여했지만 7년간 규모와 의미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연대와 지지를 보내 일부 세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퍼레이드에 1,500여명이 참여했다. 퀴어축제는 동성애에 대한 경찰의 탄압에 대한 저항으로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작됐다. 6월이면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등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퀴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는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지역에서는 대구가 유일하다.
한편 지난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한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성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총을 쏴 50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이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멈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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