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하루 앞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서울에 상경, 동남권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로 유치를 강하게 주장했다.
21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용역 관련 입장 표명을 할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친박계인 서 시장이 20일 서울에 와서 사실상 '시위'를 하고 간 셈이다. 서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 부산 유치가 무산될 경우 시장직을 던지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서 시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논란의 중심에 선 입지평가 용역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의혹을 씻어내야만 한다. '높은 산봉우리도 잘 피하면 문제없다"는 항공학적 검토의 적용 여부, '첩첩산중 공항'을 검토하면서도 고정 장애물이 개별평가 항목에서 빠진 점에 대해 저와 부산시민은 강력하게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어떤 명쾌한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고 평가 기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 시장은 "어떻게 안전한 공항 만들자면서 '안전성의 핵심 잣대'를 송두리째 뭉그러트릴 수가 있느냐"며 "이는 결국 이번 용역이 특정 지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고 '동남권 신공항 밀양 내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시장은 "신뢰를 상실한 용역의 결과를 부산 시민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라면 지역 민심을 외면하는 안이한 발상이자,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대로 가서는,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심각한 상처를 피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서 시장은 특히 "'모 아니면 도' 식의 구도로는 영남권 분열이라는 파국적인 후폭풍은 물론이고, 신공항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도 결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으로 오지 않으면, 영남권의 민심이 분열된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서 시장은 "만일 이 용역 결과가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그로 인해 왜곡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면 모든 걸 동원해서 부산시민들과 함께 바로 잡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 발표 시점은 미정이다. 그러나 21일이 국무회의인 만큼, 21일 대통령에게 미리 보고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발표 시점은 결과가 나온 후 문구 조절 등을 위해 2~3일 정도 걸릴 수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는 26일부터 출장길에 오른다는 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가 24일로 잡혀 있다는 점 등 때문에 23일 정도에 용역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국 서 시장은 용역 결과가 나오는 시점, 그리고 결과가 대통령에 보고될 수 있는 시점을 맞춰 서울을 찾은 셈이다.
서 시장은 다만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내일 국무회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호소의 성격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저는 사실 내일 국무회의가 있는 줄 모르고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서 시장은 "오늘 기자회견의 이유는 마치 수도권에 계시는 분들이 신공항 가덕도 유치 주장 이유가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서 그런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이번 사안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서 시장은 이날 서울 방문을, '시장 서병수'가 아닌 '정치인 서병수'의 상경으로 규정지었다고 한다. 사실상 '자기 정치'에 시동을 건 셈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거점인 TK(대구.경북)는 밀양이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하는 의견을 내고 있는 셈이다.
서 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 맞서 힘겹게 부산시장 직을 쟁취했다. 유세 막판에는 자신의 사진 대신,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른 적이 있다. 서 시장의 '정치 행보'가 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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