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각) 김 할머니는 자이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일 정부 간 합의는 피해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십 년간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단체들마저 배제한 합의"라면서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배상도 아닌 이유 없는 돈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으로 사죄받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오랫동안 싸워왔는데도 끝이 나지 않아 (유엔에)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제네바에 왔다"면서 "여전히 정부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일본 정부는 진심으로 잘못을 빌고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반드시 죽기 전에 사죄를 받아 한을 풀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에 자이드 대표는 "지난해 서울에서 할머니들을 만난 이후 기자회견과 유엔 회의를 통해 일본 정부가 명확한 표현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고 답했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 연례 연설에서 한일 정부 간 합의가 피해자들을 배제한 합의였다고 밝힌 것을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라고 말했다.
자이드 대표는 "앞으로 예정돼있는 일본 방문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 정부에도 앞으로 위안부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복동 할머니는 14일 두브라브카 시모노비치 유엔 여성대상범죄 특별보고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시모노보치 특별보고관은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 발표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인권기구의 권고와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중요한데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전쟁 중 자행되는 강간 범죄에 대해 가해자가 분명한데도 기소되지 않고 면죄부를 받는 부당한 사례들을 거론하며,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약속했다.
한편 정대협은 김복동 할머니가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의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경림 대사(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를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할머니는 "우리 정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관의 최고 대표라고 생각하고 말하겠다. 그게 타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억울한 한을 풀어 달랬더니 오히려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구십 한 살이나 되는 이 피해자가 다시 여기로 오게 만들어야겠나"라며 "제발 정부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에 최 대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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