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 유성기업 등 사회 현안에 주목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자 풀리지 않는 문제를 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들을 주제로 하는 시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프레시안>은 매주 한 편씩 이들의 시를, 그리고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 글을 올린다.
시든 국화의 비가(悲歌)
기도가 막혀서
숨을 쉴 수가 없었네.
그 기도를 허공에 매달았더니
숨 쉬기가 편안해졌네.
나는 이제, 자본가에게 짓밟히다 쫓겨난, 마흔 두 살의 노동자가 아닌, 스물 두 살의 새내기 노동자로 되돌아가는 중이네. 굳어버린 내 혓바닥이, 노동자탄압, 노조파괴, 부당징계 등등의 단어들을 잊어버리라 하네. 야근, 주간연속2교대에게 빼앗긴 단잠이나 편안하게 자라 하네.
거리에서, 고공에서, 공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그대들이여! 공권력 투입도 정당화 되는 이 민둥산에 그대들을 두고 떠나는 나를 안아줘서 고맙네. 내 손으로 풀지 못한 숙제는 노동자, 그대들과 함께 풀어야겠네. 몰래카메라를 달지 않아도 권력가들의 언행을 감지할 수 있는 혜안(慧眼)을 불어넣겠네.
시든 나의 육신은 이제, 저 하늘의 유성(流星)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네. 구린내 풍기는 현대에서 이탈하여, 청량한 천상으로 이직(移職)하는 중이네. 무차별임금삭감, 폭력탄압, 직장폐쇄 없는, 정규직 노동자 입사시험 합격통지서가 저만치 앞장서고 있네. 노동자, 그대들에게 떠맡긴 잔업을 완수하는 날, 하늘 한번 올려다 봐 주시면 고맙겠네.
막혔던 기도가
소낙비를 생산하고 있을 것이네.
굳었던 내 혓바닥이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네.
시작메모
대기업이나 소기업에서 노동자로 근무한 적이 별로 없는 필자는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잘 모른다. 하지만, 산업화가 활성화 된 이후부터 생산품을 생산보급하는 공장들이 기계화, 전산화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앉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대기업은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노조탄압 등으로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그러한 고통을 견디기 힘든 노동자 중에는 삶을 포기하는 경우들도 빈번하다. 노조위원들은 그렇게 살다 간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거리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권력가와 투쟁을 하고 있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을 기원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저런 난관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시라도 써서 먼저 간 영혼들의 넋이라도 달래주고 싶다.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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