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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브렉시트…잔류? 탈퇴? 예측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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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브렉시트…잔류? 탈퇴? 예측불허

이민자 문제 화두로 부상…부동층 표심이 관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면서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ICM이 지난 10~13일(이하 현지 시각) 실시한 전화 및 온라인 조사 결과 EU 탈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3%로 반대한다는 47%에 비해 6%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응답은 제외됐다.

이는 2주 전의 조사와 비교했을 때 찬성 응답이 1% 포인트 오른 반면, 반대 응답은 1% 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이 결과를 두고 ICM은 <가디언>에 "EU 탈퇴에 찬성하는 지지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 12~13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더타임스>가 영국 성인 1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탈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6%, 반대한다는 응답이 39%로 집계됐다. 모르겠다는 응답을 제외하면 찬성 54%, 반대 46%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 조사 역시 기존 조사보다 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 앞서 지난 9~10일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이 43%, 반대가 42%로 집계됐다.

물론 찬성이 더 높게 집계된 여론조사도 있다. 여론조사 기관 ORB가 1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EU 탈퇴 찬성이 44%, 반대가 49%로 집계됐다. 1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탈퇴 찬성이 42%, 반대가 44% 로 집계됐다.

하지만 약 2주 전까지만 해도 EU 잔류 여론이 탈퇴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과 비교해보면 현재 영국 여론은 탈퇴가 조금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ICM은 <가디언>에 "부동층이 줄어들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마음을 정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국 사람들의 생각' (whattheukthinks.org) 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의 존 커티스 교수는 <가디언>에 "이러한 결과는 지난 몇 주 동안 영국의 EU 잔류를 희망하는 진영이 힘이 빠지는 분위기와 일치한다"고 해석했다.

<가디언> 역시 "EU 잔류를 지지하는 세력은 지금까지 전화 조사 결과에서 자신감을 얻어 왔다. 두 자리 수의 리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었다. 2주 전 ICM은 전화 조사에서 처음으로 EU 탈퇴가 여론을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에 탈퇴 찬성이 높아진 이유로 이민자 문제를 꼽았다. 최근 영국 통계청은 지난해 이민자 수를 발표했는데,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33만 3000명을 기록했다. 신문은 "이 발표 이후 이민 문제가 국민투표에서 이슈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ICM 조사에서는 이민자의 대거 유입을 반대하는 보수당과 우파 정당인 영국 독립당 지지층, 65세 이상 고령층, 숙련 노동층 등에서 EU 탈퇴 여론이 높았다. 반면 노동당 지지층, 18~34세의 젊은층, 사무직 등에서는 EU 잔류 의견이 더 많았다.

커티스 교수는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캐머런 총리가 의도한 것과 매우 다르게 진행돼가는 것은 분명해졌다"며 "결과를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총리는 지금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여론조사를 집계해 평균을 낸 그래프. 파란색이 EU 탈퇴 반대, 초록색이 EU 탈퇴 찬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맨 오른쪽 부분인 2016년 6월에 접어들면서 EU 탈퇴 찬성 비율이 반대 비율을 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whatukthinks.org

영국의 EU 탈퇴, 경제 충격파 생각하면

이민자 문제를 기점으로 EU 탈퇴 여론이 상승세를 탄 것은 분명하지만 결과를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 탈퇴가 영국 전반의 경제 문제에 주는 충격파가 적지 않은 만큼, 막판에 이를 우려한 부동층의 표심이 EU 탈퇴 반대로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영국의 EU 탈퇴에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금융 시장의 경우 여론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화폐인 파운드화의 경우 지난 2월 말 국민투표 일정이 확정된 이후 급락했지만 현재는 당시와 대비했을 때 2.1% 정도 반등한 상황이다.

금융시장의 이런 반응은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의 전 회장인 피터 켈너는 13일 미국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이러한 국민투표가 있을 경우 막바지에 의견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위험 요인을 분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가 일주일 정도 남게 되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경제적으로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들은 잔류를 원할 것이고 결국 잔류 쪽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EU 탈퇴 찬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지지가 다소 과도하게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12일 일어난 올랜도 총기 참사가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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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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