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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도 속수무책...'외로운 늑대'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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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도 속수무책...'외로운 늑대' 막을 수 있나?

올랜도 총기 난사 용의자, 2차례 조사 받고도 총기 구입 일사천리

12일 발생한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공황에 빠졌다. 50명이 숨지고 53명이 중상을 당한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손실을 낸 총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테러로 공식 확인될 경우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가 된다.

미 수사당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은 평소 주변인들에게 공격적 성향을 드러냈으며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사상에 영향을 받아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에게 강한 혐오를 가진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 당국은 테러 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현재까지는 자생적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 증오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상자 규모뿐만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앞선 테러 사건보다 미국의 테러 대응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의 특징은 학교, 병원, 지하철, 나이트클럽, 극장 등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점에서 최근 테러리즘의 패턴과 일치한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경비가 삼엄한 공공기관 같은 '하드 타깃'보다 테러 성공 가능성이 높고 테러 실행 과정에서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

지난해 13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프랑스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도 공연장, 카페, 축구경기장 등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테러였다. 올해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 역시 공항과 지하철역 등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파리와 브리쉘 테러 용의자들이 범행 실행 전 IS에 가담한 전력이 있고 IS 점조직의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된 테러 공격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올랜도 사건은 테러 조직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신원이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시의 장애인 재활 시설에서 14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 사건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용의자들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점, 범행 전 IS에 충성 맹세를 했던 점 등이 당시 사건과 유사한 자생적 테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용의자 마틴이 범행 직전에 911에 전화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혔고, IS 연계 매체인 아마크통신이 "이번 공격은 IS 전사가 저지른 것"이라고 밝힌 점 등은 오히려 단독 범행일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중동 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호로위츠는 "이는 IS가 공격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IS가 공격을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하지만 샌버너디노 사건 용의자들과 달리 오마르 마틴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대상에 오른 전력이 있었음에도 범행 준비와 실행까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지난 2013년 마틴이 동료들에게 IS를 찬양하는 선동적 발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아 그를 조사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했다. 1년 뒤인 2014년에도 FBI는 시리아 내전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른 모네르 모하마드 아부-살하와의 연계 의혹으로 다시 한 번 마틴을 조사했다. 마틴은 이 조사에서도 증거 부족으로 석방됐다.

이처럼 미 대테러 당국에게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FBI로부터 최소한 2번 이상 조사를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람조차도 '외로운 늑대'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알아 챌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강력한 테러 대비를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무차별 개인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할 경우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테러 방지 효율성도 장담할 수 없어 논란만 더 키울 수 있다.

또한 마틴이 FBI 조사를 받았음에도 보안 경비원으로 취직을 했고, 총기 면허를 취득해 범행에 쓰인 AR-15 라이플과 권총을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의 총기 소지 허가 문제에 대한 해묵은 논란까지 재점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조차 지난해 샌버너디노 사건 이후 "특효약이 없는 암과 같다"고 토로할 정도로 자생적 테러가 위협적인 수위에 이른 만큼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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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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